출발하기 전. 이런저런 마음들.
가기 전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보다는, 여행을 어떻게 다녀올까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이 많았다.
이번 여행이 어쩌면 처음이지만 마지막일거라고. 아니길 바라니까 "어쩌면"을 붙이는 것일 뿐이라는 걸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가기 직전까지 이어진 엄마 일로 마음을 그리 가볍게 동동 띄울 수가 없기도 했다.
혼자 가는 거니까, 뭔가 재밌는 컨셉을 잡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팔다리가 긴 곰돌이 인형과 함께 다니면서 그 곰돌이의 시선으로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사진을 남기는 건 어떨까 하고 정했다. 마치 영화 <아멜리아>에서처럼 말이다. - 스튜어디스에게 인형을 맡겨 세계 곳곳을 그 인형이 여행하는 것 같은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아버지에게 보여드린 것.
출발하는 당일 좀 정신이 없었다.
가기 전 네이버 카페 유랑에서 연락이 닿은 아부다비에 사는 분의 부탁으로 스케치북을 가져다드리기로 했는데,
몇 권이라던 스케치북은 막상... 한 박스... ㅋㅋ 마음은 이해하지만 배낭여행객이고 여학생인데 그래도.. ㅋㅋㅋ 짐이 너무 무거웠당 으헝 ㅋㅋ
그래도 아부다비에 도착했을 때 첨에 공항에서 오래 기다린 것 빼고 -이것도 아기가 있으니까 이해.. ok... ㅋㅋ 여러면으로 많이 챙겨주려고 해주셔서 오히려 많이 감사했다 ㅋㅋ 이 분이 차비하라고 돈도 조금 주셔서 돌아오는 길에 그걸로 맥아랍도 사먹고 ㅋㅋ
공항갈 때는 아빠한테 차로 서울역까지 좀 데려다주시라고 했는데, 일요일 오후다보니 차가 많아서
서울역 환승센터의 택시승강장에서 냉큼 내리고 그 박스를 들고 공항철도까지 간 뒤 철도를 타고 또 박스를 들고 체크인하는데까지 낑낑.. ㅋㅋ
엄마아빠오빠도 나 딱 내려놓고 차 바로 출발시키셨으니 마음이 좋진 않으셨을 것 같았다.(왜냐면 내가 그랬으니까. ㅋㅋ)
뭔가 와하하~~ 신난다~~ 하면서 여행! 출발! 다녀올게요!! 그래! 잘다녀와! 조심하구!! ㅋㅋ 이런 밝은 분위기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다시 그 때-정말 떠나려던 즈음-를 떠올려보면, 처음 만난 순간, 함께 있는 순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안녕- 하고 헤어지는 그 순간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진짜, 떠날 때 떠난다는 느낌 없이 그냥 어디 잠깐 다녀오는 것. 그것보다도 출근하는 것. 지하철타고 가까운 데 어디 아무 의미나 특별한 목적 없이 가는 것처럼 갔던 것 같다.
내가 여행을 간다는 걸 아는 몇몇은 부럽다고 했고, 조심하라며 걱정도 했고, 자기 일처럼 즐거워해주기도 했지만
정작 여행을 가는 당사자였던 나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아무 '생각' 이 없던 게 아니라 아무 '느낌'이, 아무 '감정'이 없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