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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 무섭고 아름답다.

이터널 선샤인.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사랑한 기억을 모두 지운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또 다시 사랑하게 된다.

옛날 기억은 날 기분 좋게도 하지만 슬프게도 한다.
어떤 기억이 날 기쁘게 하는지 슬프게 하는지 잘 모른다.
그 기억을 정말 끄집어내서 살펴보기 전에는.
그래서 옛날 기억을 꺼내는 일은 참 두려운 일이다.
그 기억이 날 슬프게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옛날일을 떠올리는 일은 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아직 스무살밖에 안 됐지만, 벌써부터 지나간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 두려운 건 내가 원하는 것보다 너무 많이, 그리고,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변했기 때문이 아닐까.
날 슬프게 하는 것이든 기쁘게 하는 것이든, 지나간 기억을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처럼, 아무리 슬픈 기억도 지우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외면할 수 있는 기억은 없다.
슬퍼할 건 슬퍼하고, 아파할 것도 다 아파해야한다.
이유는?
아마도 그게 운명이기 때문일까.
마음은 머리로 어찌할 수 없기 떄문인 걸까.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지금도 계속 변하는 중이기 때문인 것도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참 무서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간에 느끼는 마음. 그 마음을 머리로 어찌하려는 사람들.
머리로 어찌하려 무지 애를 쓴다면 결국에 어떻게는 되겠지만, 내 마음 저 깊은 곳에 나도 모르게 내재되어있는 일종의 프로그램같은. 애써서 계속 실행중지를 시키지 않으면 끊임없이 재생되는 무한루틴의 그런 코드.
하지만 실행중지를 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애쓰는 과정 자체가 그 일을 계속 들여다보는 일이지 않나 싶다 또. 

프로그램 코딩을 할 때 제일 짜증나는. 짜증난다기보단 무서운 게 난 무한루틴이 되어버리는 거였다.
무한룹이 돌기 시작하면 깜짝 놀라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게 됐다.
그런 무한루프처럼 어쩔 줄 모르게 만드는.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서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반복되는 그런 것.
그게 사람 사이의 일인것도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까지는 좀 더 외면하고 지내고 싶다.
아직은 무서운 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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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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