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읽은 건 2022년 초봄이었다. 국내 출간이 2021년 12월로 보이는데 거의 출간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끈 책이다. 22년 3월 그때도 상호대차가 되는 관내 모든 도서관에서 전권이 대출중에 예약도 여러 건 밀려있었으니까. 어떻게 몇 번의 차례를 기다려서 빌려다 읽었는데 다 읽는 데 3-4일정도 걸려서 엄마랑 돌려보고 그랬다.
그렇게 사람들이 재밌다고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난 너무 별로였고, 그때 바로 읽었던 다른 책도 자연과학 책인데 너무나도 좋아서 인스타에 핵노잼(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핵꿀잼(동쪽 빙하의 부엉이), 그런데 왜 인기있는지는 알겠다고 남겼었다. 왜 그렇게 재미가 없고 별로였을까.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별로였는데, 잊어버렸던 그 이유를 알겠더라. 책의 내용 진행과 작가가 소재로 삼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해석이 산만한 느낌이 심해서였다. 그리고 어떤 사실에 대한 해석이 너무 과장되어서 극적인 느낌이 있는데 이런 포인트를 사람들이 재밌게 느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고 자의식이 넘치는 외곬수며 나르시스트에 가깝다. 그는 분류학이라는 학문이 생겨나던 초창기에 우연히 그 분야 학계에 발을 들이는 기회를 얻었다. 내가 보기에 그는 분류학에 대해 학문적 열의같은 건 없었다. 당시 분류학에서는 표본을 수집하여 새로운 종을 동정, 사실 동정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외형을 발견하면 '먼저 이름붙이기' 대결에 가까운 활동을 했다고 여겨진다. 쌓여가는 이름표의 수는 곧 그의 지식이고 학문적 성취이자 업적이 되었을 것이다.
어떤 분야이든 초기에는 양적 발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이룬 업적이 바로 양적 발전이다. 물론 의미가 있지만, 양적 발전을 이룩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었다는 게 문제다. 그러지 못했던 이유는 그가 분류의 의미, 그것의 해석과 적용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의 관심과 칭찬에 우쭐해지고 자기 기만에 빠진 나르시스트다. 그는 진실에 아예 관심이 없고, 편안함만 알고 좇은 사람이었다. 우리가 관심가져야 하고 기억해야할 점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을 한다는 것, 과학자라는 건 어떤 의미이고 의미여야 하는가 라는 윤리적 사회적 정치적 의식 말이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이 책을 한 번 읽어서는 사실 종잡기 쉽지 않다. 책에는 수많은 주석이 달려있는데 대부분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직접 쓴 글인 탓일 것 같다. 저자도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해 결국 어떤 입장을 가지고서 글을 쓴 것인지 모르겠다. 그가 물고기 종 연구를 시작하던 때의 이야기에서는 갑자기 그가 나무와 식물들의 종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산만한 글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책의 후반부에 가면 우생학의 창시자같은 느낌으로 소개된다.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무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불임을 강제하게 만든 장본인으로도 그려지는데, 이러한 서술도 나는 별로였다. 그가 이러한 범죄와 상관없다는 게 아니다. 그로 인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 당시 미국 사회와 세계에 산재하던 잘못되고 악한 인식, 그것을 지지하는 악하고 잘못된 사고의 사람들 여럿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혼자만의 잘못이고 그 혼자가 원인인 것도 아닌 것이다. 그가 진정한 과학자였다면 자신의 연구분야인 분류학의 쓰임에 대해 좀 더 진정어린 고민을 해야했으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게 사실이고 더 중요한 점이다.
이런 식으로 극적인 요소로 비약하는 작가의 이야기 전개, 해석이 너무 별로였다. 까딱하면 큰 오해를 일으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사실 그가 결국 쌓아올린 표본은 대부분이 물고기, 즉 어류인데, 어류라는 분류가 분류계통에 없다는 것이 반전처럼 제시된다.
윤계숙이라는 과학자가 이에 대해 느끼는 고통과 격분에 대해서도 나온다. 하지만 어류라는 계통이 분류학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과거엔 심지어 있었어서 그게 사라질 때 엄청난 충격과 공포, 상실감, 슬픔 등을 사람들-과학기술인이든 아니든, 에게 안겼고 아직도 그것을 부인하는 사람도 많다는 저자의 서술은 마지막으로 나의 표정을 어둡게 했다.
기존에 있던 가설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나가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생물을 분류하는 계통이라는 건 진화와도 관련이 있지만 생물의 종을 모두 파악하고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이고 가설에 기반한 약속이다.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오류가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계통수에서 어류가 없어질 때 과학자들은 그에 대해 과학적 근거 없이, 슬퍼서 그 사실을 부인하고 인정하지 않았을 거라고 나는 절대 생각할 수가 없다. 또한 그게 그렇게 대단하고 충격적인 일이라거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해왔던 일-수많은 '어류'를 발견한 것의 의미를 없애는 것도 아니다.
결국 제목처럼 물고기-어류가 분류학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왜 존재하지 않는지(원제가 Why fish don't exist이므로)에 대한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같은 사람이 학계에, 그리고 나아가 사회에 엄청나게 많은 영향을 손쉽게 끼쳤던 것, 그 사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가 하는 것, 그로부터 과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 과학이 세상에 해야 하는 일, 과학자를 포함한 학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책인데 내용 전개가 그 생각의 흐름을 방해해버린다.
삶에서 길을 잃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자꾸만 의심하고 저버리고 싶었던 저자에게 필요한 건 데이비드 스타 조던같은 나르시스트, 또는 (사실 난 그에게서 보였다고 하기도 느끼기 어려웠던)그릿 같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말한 '존재의 의미 없음'에 대한 다른 해석-그것이 넌 아무 의미 없는 존재니 없어져도 된다는 것이 아니고 나에게만 부여된 특별한 존재의 의미가 없어도 우리는 살아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모두가 그러하므로 내가 아닌 타인이 하나하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하고 우리는 항상 끝없이 겸손해져야한다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리란 건 없고 진실은 끝없이 변화하므로 그녀의 친구가 말한 카프카의 "파괴되지 않는 것"을 마주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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