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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기준은 '표지가 얼마나 예쁜가'이다.
또, 책의 속내용을 살피기 전에 겉표지와 뒷표지, 책 날개에 쓰인 잡다한 글귀들을 먼저 꼼꼼히 읽어보는 편이다.
마치 밥을 먹기 전에 물을 마시고, 음식과 식기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밥상의 분위기를 음미하는 것처럼 책도 속내용으로 허겁지겁 달려들기 전에 천천히 차림새를 살피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셈이다.

단편집을 읽을 때는 더한데, 수필집이라면 글을 읽는 것 자체로 저자에 대해 알게 되지만, 단편집의 경우 글을 읽는 것만으로 저자에 대해 직접 알아내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한 사람이 쓴 여러 편의 글을 모아 읽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글 속에서 그 사람의 특징적인 점을 발견하게 된다는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을 한 층 더 깊이 느끼려면 저자에 대해 몇 가지 정보를 미리 알고 들어가면 더 좋다(나의 경우).

지금까지 이런 책 읽는 습관이 낭패를 불러온 적은 딱 한 번밖에 없다. 카뮈의 '이방인'을 읽을 때였는데, 책 앞에 역자의 해설이 너무 강하고 길게 쓰여있어서 읽는 내내 그 사람의 의견에 내가 너무 지배받고 있구나, 라고 느꼈던 적이다. 그래도 이 습관을 딱히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어제오늘(부터 아마 약 일주일간), 태어나서 어쩌면 처음 하는,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됐다. 창비 #눈가리고책읽는당 2기에 운좋게도 신청이 되어서 책을 받았다. 하얗고, 제목도, 저자도 아무것도 없는 책이 왔다. 다만 단서:라며 세 단어가 달려있기만 하다.
단편집이라고 생각되어 더욱 기대된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었는데, #광인수술보고서 가 문득 떠올랐다. 화자가 관찰대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니 화자가 관찰한 관찰대상이 사실 화자였던 것 같고 다시 화자의 눈은 관찰대상을 쫓아가고 있어 어지럽고 오묘하다.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어쩌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오랜 내 책 읽는 습관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기대된다.

16.1.15 22:52

+댓글에 <지극히 내성적인> 이었다고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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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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