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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갑자기 바닷가 날씨같다고 느꼈다. 안개낀 공기가 그 와중에 햇빛이 비추는 게 여름날 바다의 날씨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그것이 좋았다.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마스크를 내리고 그렇게 한 시간 동안 걸어서 집으로 왔다.
왜 작년에는 이 계절을 이 공기를 모르고 지나갔을까.
잔뜩 흐린데, 또 해가 쨍쨍 나서 눈이 부시고 세상에 노란 빛을 던지고 선명하게 그림자를 내린다.
너무 단순하고 쉬운데. 그냥 여기에 오면 되는데. 내가 여기에 이렇게 있는데 단 한 번도 이
곳으로 다정하게 뿌리를 내려주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고 또 그걸 몰라서 그런 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얘기해주고 그렇게 한 번만 해보자고 해봐달라고 하면 안되겠냐고 말하고도 싶고. 그러면 또 눈물이 날 것처럼 콧 속이 꽉 메워져와서 멍하니 창 밖을 잘 내다보려고 등을 대고 누웠다. 밝은 회색 하나로 가득한 하늘. 차가우면서도 봄의 숨을 한 가득 갖고 있는 이 공기. 이 공기가 한 차례 바람에 밀려가고 나면 여름이 오겠지. 그럴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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