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칼럼에서 서로 다른 모양의 사랑을 보았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관계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는 네 이야기에서 모두 같은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어떨 때 사랑에 빠질까? 익숙해졌을 때, 잘 안다고 느낄 때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편안함, 익숙함, 잘 안다는 생각에서 오는 안도감같은 것들. 그게 바로 사랑이다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했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길들여졌을 때')
네 개의 이야기는 모두 서로 다른 상황과 관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랑의 모습은 어딘가 비슷하다.
그런데 이 느낌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래서 연인이나 가족 사이에서 다툴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넌 나를 아직도 몰라?' '나를 알면서도 그래?'와 같은 것 아닐까.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건 다르다. 좋아하는 건 대상이 가진 어떤 특징(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질적인 것이든 양적인 것이든)이 내 마음에 드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사랑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사랑은 헌신(devotion)을 동반한다. 잘 알고, 그렇기 때문에 적은 노력으로도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바로 사랑이다. 내가 무언가를 사랑하는 때도,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고 할 때도 우리는 이런 태도를 바라고 기대한다.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 또,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고 싶어진다. 공개 입양이 된 아이와 아이의 두 엄마는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관계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의 존재를 알고, 또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기 때문에 서로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이야기에서는 아이와 생모의 관계보다 두 엄마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Amy는 Holly와 서로 아주 '잘 아는'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 Amy와 Holly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Ben과의 관계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서도, 이제 더 이상 이야기를 남길 수 없는 그에 대해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랑하게 된다. 사랑에 빠지기 위한 질문은 대놓고 서로를 알기 위한 액션이다. 택시에서 만난 발가락 페티시는 어떨까, '발가락 페티시'라는 건 너무 특이하다. 아주 특이하고 강렬한 사실 하나는 평범하고 흔한 사실 열 개를 안 것과 같은 기분을 줄 수 있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 사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So what is 'modern' love? It seems modern people more seek for the reasons to love and to be loved. Maybe this is the 'moderness' of love - requiring the reason. Which choices must be justified with explainable words.
그럼 어떤 계기나 과정 없이 생겨날 수 있는 사랑이 있을까? 아마 가족 간의, 특히 부모가 자식에게 느끼는 사랑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정말 부모가 아이에게 가지는 사랑은 '본능적'이라는 말만으로 설명 가능한 것일까? 사실 불가항력적인 본능의 실체는 부모가 아이에게 가지게 되는 사랑보다,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가지고 있고 그 어떤 욕구보다 억제하기 힘든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를 투영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편리한 존재가 바로 자식인 것이고 말이다.
칼럼에서도 주인공은 아이를 낳는 경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에 대한 '사랑'이 커져가는 걸 느낀다. 어떻게 보면, 내가 이렇게 힘든 시간을 통과해서 생명을 준 대상에게 일종의 대가를 무언가-사랑(이것을 '대가'라고 할 수 있을까?)을 바라는 마음, 굉장히 합리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내 몸에서 나왔으니 나를 다 이해할 것, 그러니까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세상을 떠난 부모에 대해 느끼는 그리움과 연민 섞인 사랑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 개요를 쓰지 않고 휘갈겨내려가는 글이란.. only consumes more and more delicious cook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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