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는 유명한 재즈클럽이 여러 곳 있다. 재즈라고 하면 흑인 음악과 문화를 떠올리게도 되지만, 이 재즈클럽들은 뭔가 '재즈'만을 연주하는 곳이 아니고 '재즈클럽'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인 것 같다. 작은 무대에서 어떤 스타일이든 음악을 연주하고 간단한 음식이나 술 한 잔을 하면서, 바에 또는 간이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아 한두시간 정도를 즐겁게 보내는 것.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고 함께 온 사람, 또는 그저 옆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과 그 분위기에 녹아드는 시간을 보내는 곳인 것 같다.
맨해튼 곳곳에 재즈클럽이 굉장히 많이 있는데, 그 규모나 주로 하는 공연의 스타일, 파는 메뉴, 분위기, 찾는 사람들 모두 다 다양하다. 공연마다, 그리고 클럽마다, 또 공연마다 입장료나 관람료, 또는 최소한으로 시켜야 하는 메뉴의 가격이 다 다르다. 진짜 하나의 공연을 보는 곳이고, 비용이 어느 정도 드는 문화생활이다. 각 클럽들 홈페이지나 SNS를 봐도 되고, 또 구글맵 후기를 통해서도 정보를 알 수 있으니 잘 살펴보고 관심이 더 가는 곳을 찾는다면 훨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큰' 재즈클럽 중 하나가 디지스 재즈클럽 Dizzy's Jazz Club일 것이다. 여기는 아예 링컨센터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좀 더 대중적이고 클래식한 느낌이다. 가격대도 좀 있고, 유명한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장소도 콜럼버스 서클의 쇼핑몰인 타임 워너 센터, 혹은 샵스 앳 콜럼버스 서클 안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오픈한 건 2004년이라고 한다.

내가 본 공연은 Walter Blanding Quartet 월터 블랜딩 콰르텟이었다. 키보드, 드럼, 색소폰과 콘트라베이스 연주에 탬버린이 더해진 진짜 멋지고 신나는 공연이었다. 이렇게 악기 연주를 하는 공연도 있지만, 노래를 하는 공연도 있다. 디지스 클럽은 공연자와 공연 정보, 연주될 음악에 대한 설명 같은 것이 홈페이지에 꽤나 자세하게 게시되는 편이다. 공연마다도 금액이 다른데, 이 공연은 50불이었다.
현지 번호와 주소지(숙소인 호텔)가 있었지만, 이 당시 예매한 내역을 보니 서울 집 주소를 넣어놨었다. 별로 상관 없었던 듯하다. 구매내역은 메일로 왔던 것 같기도 한데, 티켓 구매 후 JALC 재즈앳링컨센터 홈페이지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공연이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 입장할 수 있는데, 보통 저녁에 2-3회의 공연이 있어서, 끝나는 시간을 거의 칼같이 맞추는 편이다. 다음 시간의 공연 준비도 필요하고, 그 시간의 관객도 들어와야 하기 때문인데, 여유가 있지 않았음에도 끝나고 어서 나가라는 제스처나 분위기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알아서 얼른 잘 나가는 느낌이긴 했다.
엘리베이터로 5층에 올라가면 나오자마자 정면에 디지스 클럽 입구가 보인다. 그런데, 이 5층에는 디지스클럽만 있는 게 아니다. 디지스클럽 입구 우측에 보면, 로비, 그리고 더 큰 공연장이 하나 있었다. 프레더릭 로즈 홀 Frederick P. Rose Hall 이라고 하는데, 여기는 오케스트라 공연장처럼 좀 더 크고, 하우스 오브 스윙 The House of Swing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로비에는 유명한 재즈 음악가들의 사진과 연보같은 것들이 전시되어있었던 기억이 난다.
디지스클럽은 복도를 지나서 들어가게 되어있는데, 이 복도 벽면은 새빨간 배경에 디지스 클럽이라는 글씨가 써있는 것이어서 이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복도 끝에서 티켓을 확인한다. 디지스클럽 공연은 디지스클럽/재즈 앳 링컨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예매할 수 있다. 입구에서는 이름을 확인하고 학생인지와 나이를 한 번 더 물어보고 들어갔다.
디지스클럽은 다른 재즈바도 대부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소 주문 금액 - 미니멈 차지가 있다. 그런데 학생의 경우 이 미니멈 차지 조건이 완화된다. 또, 나이와 상관없이 입장은 할 수 있으나 술을 파는 곳이다 보니 나이도 확인을 한다. 별도의 신분증 확인은 하지 않았다.
디지스클럽은 무대 뒤쪽 벽면이 다 유리창이다. 통창은 아니지만-몇 개의 칸으로 나눠져있는, 콜럼버스 서클에서 동쪽을 바라보는 5층에 있다보니, 뷰가 상당히 좋다. 석양을 보는 서쪽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저녁시간에 공연을 하기 떄문에 저녁시간 점점 사위가 어두워오는 맨해튼 빌딩숲을 보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공연 전에 뮤지션들이 자유롭게 무대 왔다갔다 하면서 악기 조율하고 공연 준비를 한다.
나는 시작하기 30분 전쯤 입장했는데, 이미 반 정도는 자리가 채워져있었다. 먼저 가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고, 위의 티켓 정보에서도 보이듯이 홀 중앙 테이블자리, 가장자리의 바자리 어느 곳에든 앉을 수 있다. 의자가 꽤나 빽빽하게 놓여져있는 편이었는데, 뒤쪽의 벽면을 따라서도 의자가 주르륵 늘어서있었다. 내가 앉은 건 우측 바 자리였는데, 바는 오른쪽이지만 무대를 볼 수 있도록 의자가 틀어져있었고, 거의 의자간 틈이 없었다. 내 앞뒤로 혼자 온 백인 아저씨들이 앉았는데 음료를 마시느라고 몸을 움직일 떄, 또 겨울이다보니 코트나 가방을 건드릴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대를 잘 보려고 의자 위치와 방향을 조정할 때 서로 매우 배려를 해야 했다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랑 앞뒤 아저씨들은 서로 웃으면서 즐겁게 의자를 움직거렸던 기분 좋은 기억). 바 높이에 맞춰 의자가 높고, 자리는 좁다보니 꽤나 불편한 좌석이긴 하다. 입장할 때 코트 보관도 가능한데, 가능하면 하고 들어가는 게 더 편할 것 같다.
티켓에 써있듯이 21달러가 미니멈 차지 - 최소 주문금액이라고 되어있었다. 일찍 들어와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실제 뭘 먹으면서 보기에는 공연의 몰입도가 좀 있어서 아예 공연 전에 뭘 먹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남부 음식인 검보 같은 것도 파는데, 바에 앉으면 사실 뭘 먹기에 자리도 상당히 불편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자마자는 곧 퇴장을 해야하고, 또 주문 역시 공연 끝나갈 즈음되면 마감한다고 안내를 계속 한다.
바 자리에 있으면, 바로 바텐더가 앞에 있으니까 쉽게 주문할 수 있다. 테이블이나 바가 아닌 다른 좌석은 서버들이 계속 홀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받는다. 그리고 계산은 공연 끝나갈 떄 즈음 해서 한 번에 하고 다른 여느 곳처럼 계산할 때 팁도 더해주면 된다.
나는 칵테일을 마셨는데, 한 잔 가격이 10불 초반이었던 것 같다. 두 잔을 마셔야 21불이 넘었던 건 확실히 기억나는데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 난다. 칵테일 말고도 와인, 위스키 등 주류가 다양하게 있고, 논알콜 음료도 있다.
일반적인 칵테일도 있는데, 디지스의 특별한 칵테일이 있어서 그걸 두 잔 마셨다. Dizzys75디지스75 그리고 Funmi펀미. 펀미는 논알콜이다.
디지스75는 핑크색에 기포도 있고, 새콤하고 맛있었다고 일기에 써놨네.ㅎㅎ
두 번쨰 잔은 공연 거의 끝나갈 떄 쯤에 미니멈 차지를 맞추려고 한 잔 더 주문을 한 건데, 사실 공연 끝나가고 주문 마감할 떄 되어서 얼마를 시켰는지 확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뭔가 분위기로는 한 잔 더 안 시키고, 최소 주문 금액 안 맞췄어도 상관 없었을 듯한 느낌. 들어갈 때 번호표 코인인지 종이 티켓같은 걸 줬는데 - 뭐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고, 이걸로 관객 정보/티켓 구매한 정보를 확인하는 거였고 거기에 학생이면 표시가 아마 되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마지막 한 잔 더 시키고 계산할 떄 최소 주문 금액 신경을 안 쓰는 듯해서, 혹시 그냥 학생으로 착각했나/정말로 상관이 없나, 긴가민가 하면서 나왔다.
그래도 두 번째 시킨 논알콜 펀미도 너무 맛있었다! 약간 알싸하고 매콤한 맛이 났던 것 같음.

월터스 블랜딩 콰르텟 공연은 진짜! 좋았다. 너무 신나는 재즈였고, 탬버린 연주자는 콰르텟 리드인 색소포니스트의 아내분이었는데, 이 얘기도 너무 멋지고 좋았다. 한두 곡을 연주하고 나서, 곡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이야기를 재미나게 해주시는데 아주 연륜도 느껴지고 이야기 자체도 너무 재밌었다. 색소포니스트분과 탬버린 주자는 나이가 좀 있었지만, 키보드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드러머도 상당히 젊은 연주자들이었는데, 이런 조합 자체도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연주자들이 하나하나 다 빛나고, 그러면서 조화롭고, 정말 신나고 좋았다.
솔직히 뉴욕에서 가본 세 군데의 재즈클럽 공연 중 디지스가 최고였고,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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