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다.
2009년 1월, 철 없고 어리기만 했던 겨울날 엄마아빠, 할머니와 같이 대전 기숙사에 처음으로 내려와 짐을 풀고.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엄마 아빠 할머니가 집으로 올라가시고, 방에 돌아와서 룸메이트를 처음 만났다.
집에 도착한 뒤 엄마가 나를 놓고 가는 게 속상하고 걱정되셨던지 우셨다고,
연락을 잘 하라고 할머니가 전화를 하셨었다.
별로 생각이 깊지도 많지도 않았고 철도 없었던 나는 그냥
아, 그랬구나..
그게 다였다.
대전에서 학교를 다닌 게 햇수로 5년.
서울에 있는 연구실에 다니면서도, 아침에 엄마아빠가 출근하신 뒤에 일어나거나 아침을 드시려고 준비할 때 출근을 해버리거나.
밤 11시가 가까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고 돌아오면 방에 쳐박혀있거나 잠자는 것밖에 하지 않았다.
주말이 되어도 대부분 연구실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이 더 자주 나갔고,
토요일엔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일어나자마자 나가서는 밤늦게 들어왔다.
더군다나 9월이 되고 나서는 학교에 통학하며 수업을 듣게 되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대전에 다녀오니
엄마아빠와 얘기를 하거나 밥을 먹기는커녕 얼굴을 보는 시간자체가 급격히 사라졌다.
몇 주 전이었나, 모 기업의 동영상광고를 어쩌다 보게됐다.
당신에게 남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인지 계산해주는 것이었다.
그래도 크게 반성이 되진 않았던 것 같다.
근데 이제 떠나오는 마당에, 이 순간에서야 나는 철이 들었나보다.
아니, 철이 들었다고는 아직 말을 못하겠다.
깨달았다는 정도. 겨우 그 정도.
아침에 집을 나서고, 터미널에서 차표를 사는데, 왜 눈물이 나려하던지.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다.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있지 않았던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후회스럽고
그래서 속상하고 슬프고, 엄마가 보고싶었다.
엄마가 5년 전 나를 대전에 데려다놓고 집으로 가시는 길에 왜 우셨던지 조금은 알 것도 같은 기분이었다.
머리로 말고, 마음이, 눈물을 잔뜩 뱉어내려하는 내 눈이. 알게 된 것 같았다.
버스를 타서 창밖을 보는데.
또, 친구의 기숙사 방에 들어와서 시험공부를 한답시고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서 또 눈물이 났다.
영영 집을 떠난 것도 아니고.
정말 삼사년, 그 정도. 딱 공부 해서 학위를 받겠다고. 그게 목표이니까.
그걸 이루려고 다시 학교에 온거고.
사실 다시 학교로 왔다기보다 계속 하고 있던 것이 진행된 것에 불과하고.
주말마다, 휴일마다 시간나는대로 집에 갈건데.
왜 마음이 이런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막 속상하고 엄마가 보고싶다. 지금도.
새벽 두시의 감성이 폭발하는 때라고 한다해도 모르겠다.
그냥 이성이나 인지라기보다
이제야, 이제서야 깨닫게 된 엄마의 마음.
엄마 아빠 할머니, 그리고 오빠, 내 가족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그걸 내가 알았다고 말하긴 아직 부끄럽고,
그걸 마음이 느끼게 된 것 같다.
엄마 보고싶다. 큰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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