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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에 생일이라고 알림이 뜨는 건 성가시고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반갑고 좋을 때가 더 많다.
친구랑 카톡을 하다가 무심코 친구목록 페이지가 눌렸는데 생일인 친구로 박OO님이 떠있었다. 혼자 머리 속에서 자주 떠올리는 분인데 입밖에 내어 말할 일도 안부를 듣거나 물을 일도 거의 없는 분이다. 내 첫 직장에서 매니저셨던 분이다. 면접에서 마지막 면접관으로 들어오셨고, 정말 편안하게, 결코 친절하다고 볼 수 없는 말투지만 담백하고 솔직하게,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얘기를 하시는 분이라는 느낌을 처음부터 받았었다.
그 분의 카톡 프로필은 가족사진이다. 형제와 조카들, 그리고 가운데에는 어머니가 앉아계신 대가족 사진. 어느 아이들끼리 형제일까, 또는 형제분들끼리 닮으셨다, 이런 것보다 그분의 아버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짧게 다닌 첫 회사였는데, 다니던 시기가 끝에 다다를 때 아빠가 병원을 다니시게 됐다. 아주 심각한 상태는 이니었(다고 생각한다)기에 충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써야했고 그렇게 하고 싶어서 매니저님에게 아버지의 일을 얘기하고 휴가, 빠른 퇴근이나 재택근무를 자주 쓰고자 했다. 그 회사는 근무시간을 매우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자신의 책임만 다 하면 되는 곳이기도 해서 큰 부담을 가지고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또 나보다 한 살 많은 선배가 자신도 입사 초기에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병원을 자주 갔는데 매니저님이 더 걱정해주시고 편의를 많이 봐주셨다고, 집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매니저님한테 얘기를 꼭 하라는 말을 했었다-그런데 이 선배에게 아빠 얘기를 어쩌다 했던가는 정말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른 선배들이랑은 원온원하면서말했을 것 같다.
매니저님이랑 이 얘기를 하려고 미팅을 따로 잡았던 것 같지도 않다. 으레 종종 하던 원온원 때 얘기했던 것 같다. 한 마디만 했는데 매니저님이 먼저, 격하게 공감하거나 걱정하거나 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반응은 평소처럼 전혀 없이,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예전의 일을 얘기해주셨었다. 아버지가 다른 지역에 사시는데 자주 가지도 않았고 못했었다고. 그런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자신은 그 전에 더 시간을 많이 못 보낸 것이 후회로 남아있다는 그런 말씀이셨다. 그러니 가족에게 필요한 시간은 걱정하거나 다른 눈치보지 말고 쓰는 것이 맞다고. 그 말을 들으면서 좀 울었던 것 같다. 너무 감사한 배움이었고, 그 분의 마음에 공감되어서 울컥했던 것 같다.
일적으로도 감사하고 배운 점이 많은 분이다.
지금도 그곳에 계시는지, 건강히 별일 없이 잘 지내시는지, 어떤 일을 어떤 분들과 하시는지 자주 궁금하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시면 많이 발전했네, 성장했네와 같은 생각도 하실지 모르겠다. 분명 이런 식의 일하는 방식에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내 지금 모습에 대해서 얘기하고 얘기듣기보다 그 분이 어떻게 지내시는지가 많이 궁금하고 듣고싶다.
그런 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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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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