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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희망은 더는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졌다."라는 말이 있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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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할 권리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게 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저항할 권리보다 글이 길고 좀 더 어려웠는데, 완전히 다 이해하진 못한 것 같지만 저항할 권리에서 논의된 것들이 좀 더 완성되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감벤이라는 철학자가 왜 이런 논의를 시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팬데믹 초기에 이탈리아의 상황이 어땠는지도 같이 생각해보게 됐고 그때 한국의 상황과 한국에서 바라본 상황이 어땠는지도 떠올릭 됐다. 그가 비판받았던 이유가 된 글도 실려있는데 그 글을 읽어본 것도 좋았다. 아감벤의 논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만 하지 않고 좀 더 다면적으로 생각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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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문제는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무엇도 옳거나 그르지 않다. 다만 아감벤이 제시한 것 같은 시선과 논의가 전혀 없다는 걸 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다는 게 좀 소름돋았다. 팬데믹 발생 후 나 역시 일방적으로 모두의 건강, 생명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압박했던 적이 많다. 모든 걸 과학과 의학의 목소리로 이해하고 과학이니까, 라며 토 달지 않았던 것 같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이 무엇인지도 중요하지만, 현재 팬데믹라는 상황에서 세계가 정치가 인간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그 모습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도 얘기나눠본 적도 없었다.
아감벤의 주장과 사유는 옳은 점도 틀린 점도 있다. 하지만 그의 말 하나 하나에서 옳고 그른 점을 골라내는 것은 의미가 없고 그 역시 그런 것을 바라지도 중요하다고 여기지도 않을 것 같다. 그는 이 팬데믹 상황에서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된 정치 사회적 모습에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바라보기를 원한다. 눈을 뜨고, 손을 잡아 접촉하고, 스스로를 감각하기를 원한다. 얼굴을 드러내고 표정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마음에 들었고 책장을 덮고도 기억났던 문장이다.
“비록 "희망은 더는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졌다."라는 말이 있다 하더라도.” 이 말처럼 더는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것이 희망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뜨고 손을 잡고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 용기가 필요하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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