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진을 좋아했을까.
문득 그림들을 찍은 사진을 보다가, 생각이 든다. 모두 다 똑같아보이는 장면 속에서 무엇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때는 그걸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분명히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은 사진을 보러 가지 않는다. 사진전을 마지막으로 본 게 대체 언제인지 모르겠다. 사진을 보는 것보다 그냥 내 눈 앞에 보이는 것들 중에서, 내 시야로 한정되는 이 화각 안에서 이미 나는 특정한 한 두개에밖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에너지가 떨어져있다. 애쓰고 의도하지 않아도 이미 에너지가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한두가지에밖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두가지밖에 담지 못하게 됐다.
예전에 사진을 찍을 때에도 사람을 찍는 건 하지 못했다. 멀리 보이는 것들, 자연의 수많은 것들은 눈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어울렸고, 사진에도 그것을 그대로 담으려고 했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는 사람이 없는 사진이 재미가 없다.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것도 얼굴이, 표정이 드러나야 사진같다. 그렇지 않은 건 그냥 의미없는 종이조각 정도의 느낌밖에 주지 못한다. 색도 없고 이야기도 없는 그런,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거나 써지지 않은 종이같다.
'구성'이란 말을 처음 접했던 건 8살때였다. 내가 그만할 때, 컴퓨터는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빠였던가 옆집 언니였던가가 그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모니터 앞에 앉아 그림판을 켜고 동그라미, 네모 같은 것들을 서로 겹쳐지게 그려댔다. 두 도형이 겹쳐져 생긴 더 작은 도형들이 있었고, 각각의 칸을 색칠하며 '구성'이라는 이름의 파일로 저장했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것, 사람이 만든 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 그 자체도.
원래 거기 있던 것, 그 안에서 아무리 많은 요소가 뒤섞여도 아름다운 그것만이 좋았다.
그런 건 눈앞에서 다 바람처럼 흩어지고, 흩어져 사라지는 듯하다 눈을 비비고 보면 그자리에 여전히 그대로 있고. 그런 이상한 것들은 사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몰랐다. 다 사진처럼 담아두고 멈춰세워둘 수 있을 줄 알았다. 사진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사진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 모든 걸 한데 담아두고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집중해볼 수 있을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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