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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는 이 책이 별로라고 했다. 너무나도 단순한 그림과 단순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던듯하다. 어떻게 이런 책이 그렇게나 많이 팔렸다는 거지? -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참 좋았다.
젊은 여성(그것도 4년제 대학을 졸업한)이 청소일을 한다는 게 낯설지 않은 한국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엄마가 직접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계셔서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가가 만화에서 끊임없이 말하고 보여주고 있듯이 '벌이가 꽤 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전에 회사를 한 곳 다니다가 그만둔 뒤 재취업에 실패하고 이 일을 시작했다는 게 여느 사람과 다른 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짜 다른 점은, "그럼에도 계속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 한다.
작가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매우 의식한다. 그 의식을 떨칠 수 없어서 쉽지 않아한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하는 일이 즐거워보인다는 게 참 멋있었다. 어머니의 반응들이 귀엽고 재미있기도 했고, 그런 약간의 긍정적이고 가벼운 마음, 실용적인 마음이 작가님에게도 있는 것 같아보였다.

O가 말한 것처럼 그림이 아주 예쁘거나 대단하진 않다. 그냥 연필로 쓱쓱 찍찍 그은 선으로 된 그림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 간단함이, 사람들과 상황을 잘 구분지어주어서 나는 깔끔하고 좋았다.
그리고 청소일을 하면서 겪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들, 이 아니라 책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님의 생각 - 내가 왜 청소일을 하게 됐는지, 청소일을 하면서 항상 하고 있는그 한 가지 생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 어렵다, 그 시선은 어렵다, 나는 내가 지금 잘 지내고 있는 건지 어렵다, 하지만 생계유지에 꽤 괜찮다. 나는 계속한다. 계속한다 청소를, 그리고 그림 일을 - 이 책을 통해서 더욱.
이 일관된 생각이 이 책을 좋은 책으로 만든 것 같다.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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