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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읽고 난 Y는 이것이 '사랑'이야기라고 했다.
책의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나는 그 장면과 냄새와, 질감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머릿속에 '역겹다'는 단어가 자꾸만 떠올랐다. 구병모의 소설 일부가 떠오르기도 하는 잔혹하고 역겨운 장면들.
배경과 환경이 그렇게 갖춰지면서 오히려 구와 담의 사랑은 많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보였다. 이 생각이 이 소설에 대해 자꾸만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Y가 이 이야기가 '사랑'이라고 한 것은 '네가 있는 곳에 내가 있고, 내가 있는 곳엔 네가 있을거야'라는 주문처럼 반복되는 담과 구의 말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고통스럽게 구를 먹는 담, 구가 죽고 나서야 고통스럽다고, 괴롭다고 말하고 우는 담에게 구는 너와 내가 항상 함께라는 걸 증명한 것 같다. 세상에 어떻게 해서도 떨어질 수 없는 한 '쌍'이 존재한다는 걸 죽어서야 증명했고, 증명했지만 그 사실을 또 담에게 말할 수는 없는 구.
그런 둘을 어딘가에서 늘 걱정하고 있을 이모와, 그런 둘이 늘 걱정하고 있는 어딘가의 노마.
'어떤 일이 있어도'라는 걸 보여주려면 이런 역겹기까지 한 설정이 꼭 필요했던지 모른다. 정말로.
기도처럼 반복되는, 서로의 말이 대구하는, 절대 끊어지고 멀어지고 사라질 수 없는 관계들이 세상에 있다는 걸,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걸 증명하는 이야기. 그런 상황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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