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소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짜임새있는 스토리였다.
죽음을 앵무새의 모습으로 표현한 건 너무 똑똑한 선택이었다. 내가(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기억하고 목소리와 억양까지 다 따라하는 것, 그리고 어디든 쉽게 날아다니는 능력 모두 앵무새라는 동물에게 너무나도 적절하고 적합한 행동이었으니까. 시작하는 장면에서 눈가의 주름에 겹쳐진 이미지도 깃털을 가진 '새'라는 동물, 그리고 그 부리의 모양같은 것 때문에 굉장히 절묘하고 적절하게 보였다.
죽음이라는 것을 피하고 거기에 맞서려고 하는 태도와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태도를 단순히 대비하지 않았고,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고 모두 필요하며 자연스러운 태도라는 걸 보여주는 놀라운 영화였다. 그리고 이걸 보여주는 데 있어 튜즈데이라는 인물 하나로만 보여주지 않고, 죽음이 사라진 뒤 세상에 벌어지는일, 그리고 죽음을 원하고 필요로하며 감사하는 사람의 모습까지 다양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준 연출도 정말 좋았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물리적인 형태와 함께 성격을 부여하면서 죽음을 새롭고 깊이있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좋은 영화였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다양한 장면을 통해 죽음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비단 사람에게뿐 아니라 모든 생명-특히 동물에게)와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죽음의 '의미'나 '역할'같은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겨진 건 죽음이 자기 스스로를 어떤 존재로 여기고 있는가였다. 튜즈데이가 죽음의 한 쪽 발에 묻은 끈끈이를 떼어주려고 욕실에 데려갔을 때 죽음이 한 말에서 그게 드러난다. I'm filthy. 난 더럽고, 항상 머릿속이 시끄럽게 목소리로 가득 차 있고 온갖 고통과 죽음, 분노를 느끼고, 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찾아가 죽음을 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반기거나 고마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를 피하려 하고 두려워하고 싫어한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안다. 죽음을 맞는 사람뿐 아니다. 날때부터 그랬다. 자신의 엄마 역시 자기를 자궁 밖으로 배출해내고는 끝이었기에 자신은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 즉 죽음 외에 가족, 친구 그 무엇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 대해 어떻다, 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농담에 크게 웃고, Classical rap을 들으며 리듬을 타는 죽음은 빈정거림Sarcasm을 좋아할 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튜즈데이도 죽음도 아닌 튜즈데이의 엄마가 주인공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튜즈데이 엄마의 하루를 보면 아픈 가족-자녀를 돌보느라 지쳐버린 한 여성임이 너무나도 분명하다. 그녀는 죽음 뿐만 아니라 (죽음을 준비해야하고 어쩌면 필요로 하고 있는) 그녀의 딸도 외면하고 싶어하는 걸로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딸을 찾아온 죽음을 마주했을 때는 예상치 못한(적어도 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음에 무모하게 맞서 싸우고, 죽음을 쓰러뜨리고, 결국 박살내버린다. 그 과정은 정말 빠르고 1초의 망설임, 고민같은 것이 끼어들 틈이 없으며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녀의 이런 행동은 딸에 대한 마음(그 존재에 대한 집착이든, 단순히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무엇이든),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딸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모두 뒤섞인 결과에서 나온 걸 거다. 그리고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보이게 될 모습일 것이다.
이후 우여곡절이 있지만, 세상과 죽음은 원래대로 돌아오고, 결국 튜즈데이도 죽음을 맞는다. 이 영화는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튜즈데이가 죽은 이후 엄마의 삶을 보여주는데 죽음을 맞은 것은 튜즈데이지만, 죽음이란느 것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사실 남은 자들이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래서 튜즈데이의 엄마가 더욱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여겨진다). 튜즈데이에게 죽음이 찾아온 뒤 엄마는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그녀의 내면에 대해서, 그리고 피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죽고싶어하는 사람에 대해 이 영화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튜즈데이가 죽고 난 뒤 엄마를 죽음이 재방문하면서다. 수많은 장면이 의미있는 영화였지만, 죽음이 엄마를 다시 찾아왔을 때가 가장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꼈다.
죽음은 엄마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단순히 삶을 중단시키고 생명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는 것, 그것은 하나의 삶이 지금까지 남긴 모든 것-legacy, 그리고 그들을 기리는 남은 생애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는 걸 알려준다. '사후세계'란 바로 남아있는 이들의 삶이라는 것, 그리고 죽음은 그 사후세계까지를 항상 걱정하고 돌보는 존재라는 건 정말 중요한 이야기였다. 죽음과 엄마의 대화를 통해서 이 메시지가 조금 더 다뤄지지만, 이 모든 대화가 나오기 전 죽음이 엄마에게 네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왔다(came to see how you are)는 말 한 마디에 죽음이라는 존재의 모든 것이 이미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죽음의 무거운 존재,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고-보고-겪고, 그리고 기억하고 기리는 것에 대해 따뜻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잔뜩 담은 정말 좋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