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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om of Moder Art. 뉴욕 모마얘기는 하도 많이 들어서 나는 사실 그렇게나 순위가 높은, 가야 할 곳은 아니었다. 들었던 얘기가, 모마가 왜 좋은지 모마에 뭐가 있는지 이런 것이 아니라 '모마가 제일 좋았다', '모마 또 가고 싶다' 정도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보여주기식의 전시 방문, 미술관 인증샷, 기념품 쇼핑에 반감이 다소 있는 편이어서 더 그랬을 거다. 모마에서도 상설전시와 특별전시가 있는데, 상설이고 특별이고 모두 엄청 너무 좋았다!고 할 만한 건 없었지만, 근현대 회화작품 중 알법한 것들이 많이 있고, 또 현대미술작품들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흥미로운 것들이 꽤 있어서 분명히 재미있는 곳이었다.

심지어 전시관 안에 걸려있는 것들 외에 엘리베이터 앞에 무심히 걸려있는 제목도 안내되어있지 않은 그림 중에도 눈에 들어오는 예쁜 것들이 있었는데 모마가 록펠러 재단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보니 소장 작품이 워낙 많기도 해서 여기저기 그렇게 걸려있는 그림들이 있기도 하고 바뀌기도 한다고 한다(다른 록펠러 재단 건물에도 그렇게 작품들이 걸려있다고).

모마는 일요일에 갑자기 일정이 취소되면서 급 가게 됐는데, 늘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해서 개관 시간에 맞춰서 갔다. 개관에 맞춰서 오는 사람도 수가 많긴 한데, 이때나 오후나 티켓팅이나 코트룸에 옷을 맡기는 줄을 보면, 내가 봤을 때는 적어도 언제나 병목이 생기거나 늘어지지 않고 굉장히 빠르고 수월하게 흐름이 이어졌었다. 꼭 개관시간에 맞춰서 오픈런하지 않아도 대기가 심하지는 않을 것 같아보였다.

맨해튼에 있는 대부분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뉴욕에 사는 사람이나 학생들에게 무료 관람 혜택을 준다. 미술관이 있는 지역에 살고 있다면 자주, 많이 갈 수 있고 또 퇴근 후나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잠깐 일부만 보고 나올 수 도 있을텐데 매번 관람료를 내야하면 이런 계획은 꿈도 못 꿀 것 아닌가. 너무 좋아보였다. 모마는 미드타운에 있어서 접근성도 아주 좋다.

그런데 내가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미국 동부로 투어를 왔을 떄는 외국인까지도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기부로 내고 관람을 할 수 있게 하는 전시관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는 거주자나 학생 정도에게만 혜택을 주고, 모두에게 그러지 않는 것이다. 상당한 수준으로 관리가 되고 있는 시설들이고, 전시물의 가치 또한 높을텐데 사람들은 기부를 하라고 하면 푼돈만 내기 일쑤일거다. 그렇게 이곳에 와서 전시를 보고 싶다고 생각해 일부러 찾아온 사람도 말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돈을 낼 의향이 있을 것이니 관람료를 받는다고 해서 운영에 영향 또한 미미할 것이다. 정말 적절한 정책이 아닐 수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관마다 무료로 개방하는 날이나, 할인혜택이 여전히 많다. 모마의 경우 현대카드 소지자는 입장이 무료다(!). 내가 가 있는 동안 현대카드가 기획한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는데, 그 외에도 현대사가 모마 운영에 뭔가 관여하고 있는 것 같다-정확히는 찾아보지 않았고 모른다.

티켓을 받고 롱패딩이랑 가방을 코트룸에 맡기고 지갑과 핸드폰 정도만 들고 들어갔다.

카드에 써있는 이름과 신분증을 비교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냥 매표소에서 현대카드 실물을 보여주기만 하면 입장권을 주는 관대한 시스템이었다.

전시가 2, 3, 4층에 걸쳐 이어진다. 3, 4층에 잘 알려진 근대 회화작품이 모여있었던 것 같다. 거대한 설치미술도 꽤 많다.

인형들을 엮어서 색깔별로 공처럼 조형을 만들어 매달아둔 작품. 벽면에 있는 색색의 설치에서 향이 나온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향의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하겠더라. 왠지 페브가 보면 인형이라 궁금해하는 게 아니라 무서워할 것 같다고 계속 생각했었다.
거트루드 스타인의 소설에 등장하는 문구라고 한다. https://www.moma.org/audio/playlist/298/4422

모마도 오디오가이드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요즘은 기기 대여보다 대부분 앱을 다운받아서 듣는 것 같다. 작품 제목과 작가, 간단한 설명 옆에 큐알이 있어서 찍으면 설명이 나오기도 하는데 모마 홈페이지에도 작품 설명과 작가의 말이 다 실려있어서, 제목을 검색하면 작품 해설을 볼 수 있다.

맘에 들어 찍어뒀던 작품들:

Equal이라는 작품인데, 사실은 똑같은 직육면체 여덟 개인데 조금씩 다르게 쌓고 배치함으로써 마치 완전히 다른 형태의 기둥 네 개로만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제목은 Equal. 동등함이라니. 진짜 멋있고, 전시실 중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배치 자체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House of Hope이라는 이 작품은 전시실 방 안에 붉은색 주렴을 늘어뜨려서 마치 제단이나 신전처럼 보인다. 묘한 그 붉은색과 주렴 사이로 무언가 새로운 게 보이는듯 보이지 않는듯하는 그 기분이 참 묘했다. 진짜 이런 주렴이 늘어선 공간이 집이라면. 하는 생각도 들었고, 무언가를 기원하는 공간은 어떤 느낌이어야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 작품은 전후 전쟁의 참상과 관련된 작품들이 모여있던 곳에 있었다. 단순히 샴페인잔을 유리 선반 위에 늘어놓은 걸로 보이는데, 저 유리잔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정말 기괴하게 생각됐다. 선반 아래 - 잔 하나하나의 아래 위치에는 "Apres la guerre"라고 써있는데 이게 after the war라는 뜻이다. 모마 홈페이지에도 작품에 대한 긴 해설은 따로 없었다. 그런데, 전쟁 후에 이런 샴페인 잔이라니. 축하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깨지기 쉬운 상태의 불안감, 그 불안감을 감추려는 축배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426632
이건 영상이었는데, 독일이었던가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전시되었던 설치미술이라고 한 것 같다. 운하의 벽면에 보면 영상이 비춰지고 있는데, 커다란 두 개의 손이 움직인다. They sank라는 문장이 나올 때 일부러 찍었는데, 이것 역시 전쟁의 참상과 관련된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위 작품을 구상한 스케치
아이폰 박수! 당겨보면 Mary heilmann의 Tehachapi I, II 라는 작가와 작품명이 보인다. 색감과 구성이 좋아서 그냥 찍어뒀던 것 같다. Tehachapi를 찾아보면, 미국 원주민 언어로 hard climb이라는 뜻이라고 하며, 이들이 살았던 골짜기/언덕의 지명이었던 것 같다.
온난화,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약 70년에 걸쳐서 시각화해 보여주고 있다. 3층인가 4층에 특별전시실처럼 꾸며진 (이 빨간 벽) 방이 있었는데, 이쪽 한편이 이렇게 기후위기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위 기후위기 섹션과 같은 방에 있었던 한 코너로 뉴욕을 대표하는 I (heart) NY 로고의 변천사가 있었다. 제일 처음 제작된 컨셉 시안. 너무 귀여워!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80269 흰색이라서 그랬나 선이라 그랬나 괜히 이우환 그림이 생각이 났다.
이 작품은 왠지 낯설지가 않았는데 다른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걸 한 번 더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히 안 난다.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79874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84120
이 전시는 3월에 갔을 땐 끝나고 없었다. 전시실에 이렇게 무작위로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있고, 테이블 위에 다이얼식 전화기가 놓여있는데 자리에 앉아 다이얼을 돌리고 전화를 걸면 시를 읽어준다. 사람들이 수화기를 들고 시를 듣는 모습 자체도 작품이었다.
설명이 필요 없이 너무나도 직관적인 작품.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64959
이 그림은 제목이나 작가이름이 사진에 같이 안 찍혔네. 작가가 남아메리카 출신이었는데, 마치 비가 오거나 눈물이 흘러서 얼룩진 것 같은 형태로, 자신의 고향, 떠나온 땅을 표현했던 거라고 기억한다. 그리고 뭔가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얽혀있던가. 왜 나는 이 그림을 다시 보니 떠나온 땅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는건지 모르겠네. 너무 오래지나버렸다. 어린 아이가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싼 것 같기도 하고.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78361
태피스트리 작품인데, 색감이나 구성이 너무 마음에 닿았다.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401491

현대카드만 있으면 무료입장이었던 터라 3월에 한 번 더 갔었다. 뭔가 좋았던 작품만 한번 더 눈에 담고 싶어서 간 거였는데, 두 번 갔을 때는 감흥이 조금 덜했다.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아무래도 현대인의 눈엔 익숙한 요소가 있는 게 분명하다. 고전작품과 다르게, 익숙하고 그래서 처음 봤을 때 흥미롭고 눈에 마음에 더 담고 싶은데, 한 번 더 봤을 때 새롭거나 더 깊은 감동이 오는 건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인 것 같기도 했다. (마지막 작품 사진이 3월에 다시 가서 마음에 들어 찍었던 유일한 한 장).

 

1층부터 3층까지 각 층에 기프트샵도 있고, 2층과 3층에는 카페가 있어서 간단한 먹을거리나 음료도 판다.

5층은 테라스카페 라는 식당이 있다. 들어가면 벽면에도 미술작품이 있고 분위기가 되게 팝아트 전시관에 온 것 같았다. 서버들이 있고 아주 캐주얼한 느낌은 아니지만, 주저할 분위기는 또 아니긴 해서 편히 들어가서 식사해도 좋은 곳이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느꼈는데, 음식 퀄리티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입구에서 기다리면 자리 배정을 해준다.

내가 시켰던 메뉴는 Roasted acorn squash. 진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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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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