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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독후감상문은 참 어려운 과제였다.

난 독후감상문을 잘 쓰지 못했다. 줄거리를 얼마나 써야하는지, 그것이 항상 나에겐 문제였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참 많이도 떠올랐지만,

그 생각들을 하나의 통일된 것으로 묶어내기가 어려워 글로 적기가 참 어려웠다.

그리고 하나로 생각을 잘 정리했다고 하더라도, 생각과 줄거리를 어떻게 잘 버무려써여햐는지가 또 문제였다.

여기에 나의 천성적인 게으름이 더해져서 난 독후감상문을 안썼다.ㅋㅋ

다만, 7살정도부터 중학교 1학년 정도까지 내가 읽은 책들의 제목을 적어놓는 노트는 있었다.

분홍색 토끼가 그려진 노트였는데, 기간과 책 제목을 적어두는 그 노트가 채워지는 것을 보는 게 너무 뿌듯하고 즐거워서 ㅋㅋㅋ 시리즈로 나오던 그리스로마신화 만화를 읽고 일부러 책제목을 길~게 부제까지 다 써서 노트를 더 많이 채우려고 하기도 했다.

어쨌든, ㅋㅋ 중요한 사실은 독후감상문은 쓰지 않았다는 것.

근데, 작년 여름에 좀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ㅋㅋ

여름방학 중에 학교에 내려가서 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달콤쌉싸름한 초콜렛'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책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오 읽어보고싶다! 하는 생각에 책을 집어들었는데 느낌이 이상한거다...

고등학교 때 이미 읽은 책이었던 것..

하지만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책을 읽어놓고 그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수가 있지? 진짜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역시 고등학생 때 폭풍의 언덕을 읽었는데, 지난 12월 랩에 있던 언니와 연구원오빠가 이 책의 내용에 대해 대화하는데 난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멍때리고 들으며 혹시 나에게 대화가 넘어올까 긴장하기까지 했던 적도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도 기억을 못하는 책인데, 이건 워낙 어렸을 때 읽었던 터라 이해를 잘 못했어서 기억이 안나는 것이니 이것과는 경우가 다르지 않은가 ㅠ_ㅠ

그래서 더욱 요새는 책을 읽고 무엇이라도(줄거리든 생각이든) 잊어버리기 전에 써두려고 한다.

그런데 며칠 전에 랩에서 같이 실험하는 친구가 내가 책을 많이 읽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 읽은 책이 몇 권 정도 되냐고 물었다.

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읽었던 책을 보고도 안 읽은 줄 착각까지 하는데 내가 책을 제대로 읽긴 하는건가? 진짜 몇 권이나 읽었지?(정말로 이걸 알지 못하고 감도 잡을 수 없어서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ㅡ 그리고 그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

대체 그 중에 "제대로"읽은 책은 몇 권이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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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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