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나한테 참 힘든 달이다. ㅎ 목요일은 정말 정신 없었고, 금요일은 왠지 모르게 말짱했어. 주말에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지냈던 것 같은데, 월요일 되니까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주말동안 멍하니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낸 것 같았는데, 정신적으로 엄청 에너지 소모가 있었나봐. 월요일에 회사에서 일이 많았거든, 내가 리드하는 세션도 있었고. 근데 눈이 안 떠져서 고생했다. ㅋㅋ 쪽팔리게 코피까지 났어 ㅋㅋㅋ
그래도 어제보단 오늘이 나으네. 오늘보단 내일이 낫겠지. 가장 바라는 게, 어떤 한 가지 일이 아무리 크고 중요하더라도, 그 일로 인해 다른 일이 영향받지 않았으면 하는 건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그러지 않으려고, 또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겹쳐지면 내 맘대로 안 되는, 정체되는 부분이 생겨버리거든.
나쁘게 보자면 동정이라고까지 느껴지는 그런 거.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서 그런지 나는 그런 게 참 그리고 더욱 싫어진다. 내가 속해있는 상황과 환경을 내가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가장 화나게 하는 일이기도 해.
얼마 전에 이런 말을 봤어(들었던 건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만).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 라고.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두기가 꼭 필요한 거겠지. 하지만, 사람들마다 필요로 하는 거리는 모두 달라. 그리고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거리가 얼만큼인지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아. 그 전에 자기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거리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기 때문이겠지. 참 안타깝다.
걱정인형 알아?
걱정인형은 누가 걱정해줄까?
이번생은 처음이라, 라는 드라마를 토요일마다 재방송하더라. 몇 주 전에 우연히 TV를 틀었다가 이걸 봤어. 그런데 재밌더라구. 그래서 그 몇 주 동안 토요일마다 이 드라마 재방송을 봤다.
여기에 "우수지"라는 등장인물이 있는데, 정말 많이 공감됐어.
"19호실로 가다"라는 소설이 있대. 찾아보니 번역본은 절판되었더라.
나랑 제일 친한 친구가 나보고 달걀같다고 그래. 달걀은 껍질이 있고, 속껍질이 있고, 그 다음 흰자가 한참 나오잖아. 내가 그렇대.
12월 7일.
근데 이제 그런거 아무래도 상관 없고, 관심도 없고, 그렇다. 신경쓰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어차피 아무도 내 노른자에 대해 관심갖지 않거든. 관심가진다고 내가 보여주거나 얘기할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내 하루 하루, 앞으로 10년도 더 남은 나의 젊은 나날에 대해 욕심부리고 목표를 세우고 그렇게 나를 위해 살아가고 싶은데.
여기서 나를 위해 생각하고 나를 위해 산다는 게, 다른 사람은 무시하고, 다른 사람이나 그 어떤 것보다도 내가 제일 중요하고, 아니 나만 중요하고 그런 거 절대 아니잖아. 나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고 그러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요즘은 불쑥불쑥 내가 내 맘대로 이기적인 말 다 뱉어놓고, 그리고 그거 수습하느라고 모순적인 말을 빙빙 돌려 길게 쏟아내면서 자기변호를 하고 있어.
요즘 정말, 화가 아주, 많이 난다. 화가 가득하고, 뭐만 하면 속이 상하고 서운하고, 나는 진짜 쓰레기봉투인 것만 같고. 쓰레기봉투에 사람들은 버리고 싶은 것, 더러운 것, 사용하고 이제 필요없어진 것들을 마구잡이로 던져넣어. 그리고 발로 밟고, 더러운 걸 흘리고 아무렇게나 내팽개쳐두다가 적당히 쓰레기봉투가 가득차거나 어디가 터져서 도무지 못 쓰게 될 것 같으면 봉해서 밖에 안 보이는 곳, 자신들과 가장 먼 곳에다 내다 버려. 그리고 쓰레기차가 가져가게 만들지. 빨리 가져가지 않으면 재촉해서까지 치워버리게 만들고 말야.
나는 그런 쓰레기봉투에 불과해. 그런 것 같아. 필요하면 내 팔도 다리도 잘라서 가져다 쓰라고 하고 싶어. 그럴 바에야 나 왜 여기에 있는 건지, 왜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건지,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
그래도 나는 내 인생을 포기할 수 없고,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그칠 수 없어. 그래서 멈추지 않을거야. 멈추지 않고 화내고, 뭐가 더 맞는 건지, 뭐가 더 나를 위한 건지 생각하고 또 생각할거야.
그래서 나를 위해 살 거야. 나는 아직 어리고, 젊은 날이 남았고, 해야 할 것, 해보고 싶고 해야만 하는 것들이 아주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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