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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는 토요일 밤마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서 느낌표를 함께 봤다.
당시에 공익 프로그램으로 굉장히 인기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 코너 중 하나로 유재석, 김용만씨가 진행했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의 선정도서였던 책인,
전우익씨의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가 오빠방 책꽂이에 꽂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때 전우익씨가 살고 있는 산 속의 집으로 찾아가서 인터뷰 했던 것도 기억이 나는데,
TV만 열심히 챙겨봤지, 실제로 선정도서들을 많이 읽진 않았던 것 같다. ㅋㅋ

이번 설에 감기몸살이 걸려서 계속 누워서 잠만 자다가 ㅋㅋ
이 책이 눈에 띄여 꺼내 읽었는데
얇디 얇은 책에 전우익씨가 스님께 쓴 편지일 뿐인데,
농사 얘기를 하는 체 하면서 시종일관 나를 꾸짖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100%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없다는 얘기를 얼마 전 트위터에 쓴 적이 있었는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 있었다는
열 자 쯤 되는 높이의 사다리 위에 올라 글을 쓰는 사람의 얘기와,
'식탁을 보면 그 사람의 요리솜씨를 알 수 있고,
설거지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도 와닿았다.

그리고 노신의 아Q정전에 관한 언급도 있는데,
얼마 전에 아무 배경지식도 없이 아Q정전을 읽었을 때는
솔직히 이해가 잘 가지 않았었는데,
노신의 사상과 이 시대의 배경을 이 책에서 읽고 나니 아Q정전의 내용이 이해가 가는것이었다.

별 것도 아니라는 듯 태연한 어투로 쓴 편지지만,
문체 하나하나가 고고하고 한 번 더 읽어볼수록 여러가지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들이었다.

(심지어 편지를 마무리하는 법까지 배울 수 있었다는!)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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