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언니는 누군가와 헤어질 때마다 "이런 사람은 만나지 말자" 리스트를 업데이트한다고 했다.
그래야 다음 번에 만날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감탄했다. 스물네 살이었다.
서른이 될 때까지 적지 않은 수의 소개팅(미팅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매우 진지하게, 너무 아쉽다.)을 했다. 꽤 많이 했는데, 매번 웃긴 에피소드가 생겨서 친구들이 웃긴 소개팅 전문이라고 책으로 쓰라고 한다. 상대방은 진지했는데, 나만 웃겼는지도 모르지만(어쨌든 안 맞았다는 말 ㅎ).
소개팅은 많이 했는데 실제로 긴 만남으로 이어진 경우는 손에 꼽는다(심지어 그 중 소개팅으로 만난 경우는 한 번이다 🙄). 그리고 만났다가 헤어진 사람에게서는 꼭 비슷하게 별로였던 점이 있었-던 것 같-다(좋은 점은 확실히, 제각각 다 달랐다).
정말 그 언니의 말이 맞았던 걸까? 언니의 말을 귀담아들었어야 했나?
여성이 남성보다 과거에 만났던 사람에 대해 더 많이 말한다는 얘기는 재미있다. 대부분 남성은 자신이 만났던/만나는 사람에 대해 여성보다 많이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내 주위에선 남녀불문하고 만났던/만나는 사람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그게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내가 느끼기에 연애 상대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는 건 단순히 관심사의 문제다. 자신의 또다른 취향/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과 같다. 그럼 연애의 필요는 어디서 오는 걸까? 만나는 사람(그것이 현재이든 과거이든)의 존재를 외부에 드러내면 보호(타인의 불필요한 관심이나 간섭 배제)를 받을 수 있다. 그 보호가 여성에게 더 많이 필요해서 그런 건 아닌가 생각하면 씁쓸하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언어'를 동반하기 때문에 특별하다. 말이 통한다는 건, 말을 얼마나 많이하고 잘 하느냐와 무관하다. 아프리카의 피그미족은 결혼을 하기 전 커플이 움막을 짓고 안에 들어가서 둘만이 대화하는 시간을 오래 갖는다고 한다. 자동차도 1년, 사계절은 최소한 끌어봐야 운전하는 법을 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사람은 어떨까. 익숙해지기는 커녕 서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서는 정말 "시간이 약"이지만, 그런 행운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도구인 '언어'는 무척 중요하다. 한때는 내가 너무 모든 걸 말로 풀려고 해서 관계를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실제로 이런 말-넌 너무 바른말만 한다, 거나 넌 너무 말로 다 해결하려고 한다거나,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나와 대화가 잘 안 통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 그러니까 잘못된 게 아니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dating round>를 정말 재밌게 봤다(<투카앤버티> 와 <데이팅라운드> 최애 top 2ㅋㅋ).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짧은 시간의 만남이지만 상대방에 따라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굉장히 달라지고 사람들 관찰하는 게 엄청나게 흥미롭다.
제목을 바꿔야겠다: Why do I keep thinking about my ex(s)?
얼마 전 후배와 얘기하다가 세상에 그리고 내 주위에 좋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회사에서는 좋은 사람 보기가 힘들지? 라고 했더니 "누나가 나쁜사람이라서"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장난스럽게 한 말이었지만 그게 진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사이에도 일방인 건 없으니까. 한쪽에게 나쁘면 다른쪽에게 좋을 수는 없다. Ex에 대해 그토록 말하는 건, 내가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이었다는 걸 부정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 으 급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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