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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식을 시작한 것은(정확히 말하자면 주식계좌에 돈을 넣은 것은) 불과 몇 달 전이다. 우습게도 나에게 있어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데 있어 가장 높은 허들은 증권앱의 사용법이었다. 단순히 어플에서 주식 거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계좌가 두 종류인데 각각이 어떻게 다른지, 왜 매수나 매도를 입력했는데 실행이 바로 안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앱 사용법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식을 거래하는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을 몰라서였다. 과거에는 주식거래중개인이 있고 또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펀드매니저가 있지만, 그러한 이름을 가진 '사람' 대신 앱이 있을 뿐이었다.

 

주식에 막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술술 읽히고 이해하기 쉬웠다. 주식에 대한 개념이나 기술적인 방법을 설명한 책이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주식 시장이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꽤 이해할 수 있었다. 주식으로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금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보다 중요한 건, 깊이 있고 진지하게, 주식 투자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주식은 어디까지나 '투자'다. 회사에서 작은 기기 하나를 구매할 때도 '투자'라는 단어를 썼던 게 떠올랐다. 경제에 대해서 아직도 아는 게 정말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투자'의 의미는 손해가 예상되더라도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현재 내가 가진 자본을 사용하는 것이다(물론 여기서 '더 큰 이익'은 투자하는 사람의 바람일 뿐이며 손해만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주식 투자를 하는 목적은 대부분 단순한 저축 이상으로 돈을 '불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여기서 돈을 불리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투자의 본질이나 이유) 또 어느 정도로 불려진 돈이 필요한지(투자의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성공적으로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다.

 

나의 트레바리 첫 클럽은 '이콘'이다. 경제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경제'라는 것에 대해 이해하거나 배웠다기보다 '경제'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된 책을 읽는 모임일 뿐이라는 느낌을 받고 끝났다. 사실 그때 난 주식시장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제와서 그걸 갑자기 깨달은 건 아니지만, 그동안 나는 계속해서 이 생각을 외면하며 지냈다. 그 동안 이 생각을 외면했던 것도, 내가 증권앱에 얼른 익숙해지지 못했던 것도 사실은 주식투자를 해야 할 뚜렷한 이유나 목적이 없어서였던 것 같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기업(제품)의 주식에 투자하라고 했었다. 이게 어쩌면 주식 투자의 본질이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돈으로)밀어주기. 아빠가 주식을 살 때는 10~20주 이상부터 사면 된다고 얘기해주셨는데, 아빠 말씀을 듣기 전에는 한두 주씩만 조금 사면 되는 줄 알았다. 무작정 한두 주 사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잘 될 회사, 잘 될 제품에 자본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주식 투자인 것이다. 아빠 말에 끄덕끄덕하고 배운 것도, 그래야 돈을 번다, 라기보다 그래선 정말 아무런 영향이 없어서, 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주식 투자의 본질, 이유가 이것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제품/기업을 알아보는 것, 그래서 그 제품/기업에 투자해 발전에 기여하는 것 - 물론 그 결과 금전적 이익까지 본다면, 더 말 할 나위 없을것이고말이다.

 

그리고 책에 나온 내용 중, '포트폴리오'에 대한 건 새로 배운 점이다. 개인 투자자 역시 성공적으로 투자해서 이익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필요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진짜 주식 투자를 위해 여러 기업에 대해 공부(조사!!)를 해야 좋은 포트폴리오가 생기겠구나. 주식 투자도 다른 모든 일과 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네.

 

덧. 무엇보다 이 책은 번역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데, 역자에 대한 소개가 없어서 아쉬웠다. 검색해보니 채권딜러, 펀드매니저 등 금융권에서 일하셨던 분이고, 투자 관련 책을 여러 권 번역하셨더라. 말투가 정말 매끄러웠다.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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