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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며 걱정을 하던 시절이 겨우 몇십 년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출생인구 수가 사망인구 수보다 적어져 실질적으로 인구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이상한 것은, 개발도상국이니 선진국이니 할 것 없이 인구 조절이 나라 운영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때도 얼마 전이라는 점이다. 인구 변화의 양상은 계속 달라지고 있는데, 국가 운영 정책에서 인구수 변화에 대해 가지는 관심, 중요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듯 하다.

여기서 생각하게 되는 점은 인구를 늘리고 줄이는 것은 정책이나 사회 제도같은 것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구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인간 사회가 해야 할 일, 신경써야 할 정책과 제도는 변화하는 인구 수의 흐름을 항상 한 발 앞서 예측하려는 노력, 그 예측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만드는 것, 또 그 변화에 따라 사회 구조를 유연하게 변화시키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만드는 것, 또 사회적으로 잉여 자본이나 부족한 자본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일일 것이다.

책에서도 한 저자가 자신의 대학에서 인구가 감소하여 입학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 것에 대비하지 못한 상황을 얘기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우스운 일이다. 끊임없이 인구 수는 변화하고 있다. 매우 자연스럽게. 그런데 사람들은 그 사실에 대해 마치 갑자기 화산이 폭발하기라도 한 것처럼 대응한다. 놀라고, 당황하며, 큰 위험이 닥친 것처럼 군다. 사실 인구 감소 사회는 절대 위험하지 않다(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회가 오히려 위험하다고 단정지어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 인구의 '적정선'이라는 걸 정의할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매체의 보도자료, 정부의 입장은 인구 감소가 일어나고 있으니 출생률을 "다시" 그리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전혀 이상한 이 아니다.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이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현재 매우 중요한 태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서문에서 편자인 우치다 다쓰루가 쓴 문장이 아주 인상깊었다. 미래상은 논자의 수에 비례한다는 말.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그 전문성의 정도도 다양한 열 명의 사람들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글의 모음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어떤 결론도 내리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열 개의 다양한 의견을 읽어보고 생각할 수 있다. 

 

열 개의 글 중 가장 흥미롭고 또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은 바로 통계학적으로 현재의 인구 변화를 확인해본 글(세 번째)이었다. 출생률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 출생률이 더 줄어들고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다, 와 같이 쉽게 들어볼 수 있는 현재 인구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인지를 실제 데이터를 통해서 살펴본 글이었다.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인구, 출생률과 관계된 용어가 실제로 의미하는 값이 무엇인지, 그리고 통상 우리가 쉽게 접하는 출생률, 인구 변화에 관한 값들이 얼마나 편향된 인식을 줄 수 있는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인구유입, 신생아 출생수, 고령자 사망수, 청년층의 이동량 등 전체적으로 다양한 수치를 비교해보아야 정확한 인구 변화와 이동 추세를 알 수 있다. 일본 내의 인구 변화가 도시별로 '사실은' 어떠한 것인지 그 내용을 이제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정확한 수치와 통계를 비교해야 인구 변화(감소가 아니라 변화다)의 원인과 양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글에서 보여준 '사실'에 따르면, 그 동안 내가 받아들이고 생각해왔던 사실인, 농촌에서 도시로의 청장년층 인구 유입, 그리고 주요 대도시를 제외한 곳에서 줄어들고 있는 출생률은 모두 편향된 인식의 결과였다.

이 글을 읽으며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바라는 바, 변화의 방향이 무엇인지부터 모호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구를 전체적으로 늘리고 싶은 것인가(출생률이 떨어지지 않게, 나아가 더 늘어나도록 하고 유지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주요 대도시 이외 지역의 인구를 늘리고 싶은 것인가, 주요 대도시 이외 지역의 출생률을 늘리고 싶은 것인가, 무엇을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인지부터 모르겠고, 그러니 인구 변화(감소가 아니라 변화다)에 대해 놀라고 당황하고 위험하다는 얘기만 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심지어 나는 근본적으로 현재 상태에서 인구가 더 늘어나야 할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그리고 주로 들리는 인구 변화에 대한 얘기는 지방 소도시에 청장년층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정착하고 그곳에서 아이를 낳아 기를까? 하는 것이다(얼마 전 주요 뉴스에서도 방송된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 역시 이런 대책에 대한 논의가 나온다.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인구가 특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역, 특히 지방도시로 인구를 유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도시계획, 건축의 관점에서 얘기한 글도 있고, 사회적으로 결혼이 늦어지고 출생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 실제로 일본에서 청장년층이 많이 옮겨가고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르고 있는 도시의 예를 살펴보기도 한다. 자주 들리는 주제라서 별 흥미 없이 시작했지만, 책에 소개된 예시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구체적인 실천이 먼저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좋은 계획과 실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또다시 들었다.

 

이 밖에 인류 역사 전체를 두고 보았을 때 과연 지금이 비정상적인 인구 감소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인구 감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더 문제인가(인구 감소 -> 노동력 감소로 인한 경제에의 영향 -> 기술, 특히 AI가 발달하면서 경제적으로 필요한 인력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 -> 이에 적응하려면?) 정도가 논의되고 있다. 마지막에 실린 글은 너무 학술적이어서 이해하기가 다소 어렵긴 했지만, 다른 글들과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느낌이어서 나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일본 사회에서 인구 변화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알 수 있고, 일본에서 보이는 인구 변화 현상이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우리나라나 전 세계로 생각을 확장시켜볼 수 있다. 또 인구가 실제로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긴 한데(이것을 몰랐거나 인정하지 않았던 독자에게는 더 좋은 책일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것이 맞을지 - 무엇이 객관적으로 사실인지에 대해서 그 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책인 것 같다.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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