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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료샤가 호흘라코바 부인 댁에 가는 길에 만난 국민학생들이 한 말. 당신은 카라마조프이니까. 라는 그 말.
알료샤의 형들이 한 말에서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 부분을 볼 때는 너무 슬펐다.
난 왜 이렇게 교만하고 오만과 자만에 절여진 이기적인 인간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타카 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자신이 안고 태어난, 태어날 때 부터의 딱지를 극복해낸다.
하지만 그 극복을 이뤄내기 위해 한시도 감시의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 않았나?
결국은 내가 죽을 애를 써서 변화를 이루어내더라도, 변하지 않는 주변 때문에 그 변화가 오히려 나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기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닐까하여 씁쓸하고 무서웠다.
세상이 생각보다 더 냉정하고 이기적이며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온갖 행복을 모두 경험하기에는 하루면 충분해요. 그런데 여러분, 어째서 우리는 싸움을 하고, 무안을 주고, 서로 남에게서 받은 모욕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일까요? ..."
인간에게 유년 시절에 부모의 집에서 얻은 추억보다 더 값진 것은 없다.
왜냐하면 고통이야말로 생활이거든. 고통 없이 인생에 무슨 쾌락이 있겠는가? 

좀 오래된 판이었어서 번역된 게 말투나 단어같은 게 어색한 감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고전은 고전이다.
이렇게 길고 방대한 글을 이렇게 짜임새있게 써내다니.
러시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것 때문에 내가 이 소설에 더 흠뻑 젖어드는 데 무리가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렇지만, 세 형제와 아버지. 하나하나 아주 달라보이지만 결국은 '카라마조프'라는 이름 아래 같은 모습을 갖고 있던 그 "사람들."
인간의 본성, 삶의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좀 어렵다는 느낌도 있지만,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고나면 들인 시간만큼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2010.11.11)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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