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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라는 책을 읽었었다. 대전을 떠나오기 전에 읽었던 책인데, 갑자기 오늘 이 책 생각이 났다.
그 책을 읽는 내내 하루키의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느라 쓰쿠루에게는 관심을 많이 가지지 못했단 생각이 든 거다. 소설의 주인공보다 저자가 관심을 더 많이 받는다면 그 소설의 주인공은 불행할 것이다. 주인공이 불행하다면 소설 역시 불행할 것이다. 그렇다면 불행한 소설을 쓰는 소설가는? 그 역시도 불행할까?
왜 하루키는 '반짝이는' 쓰쿠루를 색채없는 사람으로 그려버렸을까. 어쩌면 그는 이미 불행했기에, 자신의 행복을 구하기 위한 제물같은 게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쓰쿠루란 사람은 참 반짝이는 사람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아는 이는 대체로 반짝인다. 그런데 하루키는 그를 '색채가 없는' 이라고 말해버렸다. 그 덕분에 나는 쓰쿠루에 대해 읽는 내내 그에게서 나오는 반짝임을 배경에서 나오는 별빛이나 가로등 불빛인 것처럼 여겼던 모양이다.
반짝임은 눈에 잘 띈다. 원래 밝고 환한 어떤 색 보다도 반짝임은 눈에 잘 띈다. 그것은 어둠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기기도 어렵다. 그런데 반짝이는 존재는 스스로의 반짝임을 감지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반짝임은 온통 깜깜한 주위 탓에 스러져버리기도 쉽다.
색이 없다는 것. 그게 진짜 무슨 의미일지 골똘히 생각해보게 된다.
+ ???
16.9.1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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