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회고 -2

日번 국도 2023. 1. 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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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회사에서 그래도 배려를 해줘서 내내 재택근무로 지낼 수 있었다. 병가를 쓰는 것도 단순히 '규정에 있고, 쓸 수 있는 거니까 내 권리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동아리나 친목집단이 아니므로 무조건 내 편의대로 움직이는 게 맞다는 생각에 젖어들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있어서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매번 알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받아들이거나 진짜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집에 있으니까 대화할 사람은 엄마밖에 없는데, 엄마한테 미주알고주알 쏟아내기까지 했으니 내 시야는 얼마나 좁았던 걸까.

정말 웃겼던 건 아빠가 저녁때 집에 오면, 오자마자부터 엄마한테 사람들 험담을 엄청 하는데, 평소에 TV보면서 욕하거나 하는 것과 달리 이 장면은 내 눈에 안경이 씌어있었다는 걸 깨닫게 했다. 내 모습이 저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엄청 들어서 올해 나를 깨어나게 한 순간 TOP1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전히 불만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완전히 사라지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도록 애쓰려고 한다. 손흥민의 사진을 보면서 입꼬리를 올리고 있으려고 애쓴다. 입꼬리를 올리는 연습을 정말 생각 날때마다 하고 있다. 그리고 웬만하면 "네 알겠습니다." "그래요" 라고 대답하려고 한다. +월요일(1/2)에 미팅할 때 "네 알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스스로 기분이 좋았다.

그냥, 내가 별로 바라지 않으면 되는 것인데 사실 스스로도 잘 하지 못하면서 성에 차지 않는 것들에만 먼저 눈을 두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직접 말하기도 굉장히 중요하다. 2017년-정말 옛날이 되어버린 땐데, 닷페이스에서 서로 피드백 주는 시간을 꼭 가진다고 했던 게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다. 얼마나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중앙일보의 편집장님은 팀의 기자님들과 인간적인 유대를 쌓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함께 밥을 먹거나 술을 한 잔 하거나 하며 '개인적인' 대화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다. 이런 피드백 시간이나 개인적인 대화 시간은 모두 직접 말하기의 시간이다. 직접 전달할 계획(과 노력)이 없다면, 그저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인사치레하는 것도 머쓱하기도 하고(뜬금없이 말 던지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낀다) 싫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 꼭 진심을 담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어떨 때 어떤 말을 어떻게 건네는 것이(그리고 누구에게, 까지도?) 필요한 인사치레인지를 사실 잘 모르겠다.

예전에-2019년에 주말에 출근했다가 실험실을 갔다 자리에 와보니 빽다방 음료가 놓여있었다. 주위를 보니 당시 주말에 거의 항상 출근을 하던 사수와 동급의 다른 시니어 분들도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내 책상에 놓인 건 유일하게 버블밀크티였다(!). 그룹장님이 출근하며 사오신 건데 알고 있으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음료를 집어들고 그대로 퇴근했다. 그런데 더 웃긴 건 며칠 뒤-그날이 토요일이었으니까 아마 다음 주 화요일즈음?에 점심을 먹으러 가던 길이었나 그룹장님이랑 둘이 걸어가게 되었는데, 커피 잘 마셨어? 라고 물어보셔서 네 잘 마셨습니다. 했더니 엎드려 절받네 라고 허허 웃으며 지나가듯 얘기하셨다. 나는 좀 그런, 애였다.그런 애다. 단톡방에서 하는 인사는 의미없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기가 싫은. 개인적인 인사도 하고 싶을 때 하는 거지 의무적으로 하거나 다들 하니까 마지못해 또는 해야되나, 싶어서 하는 건 정말 싫은. 이게 예의없음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예의없음이라기보다 무심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평소의 예의바름, 경우있음 같은 것과는 전혀 연결지어지지 않는 이런 인사치레, 예의는 조금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다. 아직은 어렵다.

업무에서 전문성을 더해가는 것, 커리어를 쌓는 것은 사실 마음을 많이 놓았다. 내가 애쓴다고 달리 진행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이게 사실인데 이번에 깨달은 거라고 생각한다. 이러저러한 일들로 회사나 조직을 평가할 이유나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저 내가 항상 잘 배우고,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집중하고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올해 정말 많이 게을러졌으니까-물론 몸이 안 움직여서 어쩔 수 없고 자연스러운 변화였지만).

 

#이웃

우연히 본 <3%>가 촉발제였다(확실히 많은 경험이 사람을 성장시킨다). 비마이너에 후원을 추가했다. 달랑 만원이었는데, 두세달 정도 하고 바로 취소를 했다. 올해 스스로에게 가장 실망하고 부끄러웠던 것이 바로 이거다. 세이브더칠드런에 십년 넘게 하고 있는 후원은 월 삼만원이다. 이것도 사실 쥐꼬리만한 돈이라고 생각한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무슨 일이 있어도 이건 한다. 그런데 두 번째로 갑작스럽게 결연도 종료되었다. 좀 안타까웠다. 마침 하반기에 만약에 지금 후원하고 있는 아동과의 결연이 종료되면 국내아동 지원사업으로 후원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나서 정말로 결연이 종료됐다. 그래서 기분이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없을수록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내 안에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게 좀 무너지고 흔들렸다. 네평 남짓한 방 안에 누워있으면서 보이는 것, 들리는 것도 많이 좁아졌지만 가장 많이 좁아진 건 마음과 생각의 평수였다. 작은 일에 무지하게 흔들리고 쉽게 무너지는 헐렁한 벽을 자꾸 지어 올렸다. 불안감이 일상이 된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음을 컨트롤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명상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시도해봤고, 연초에 읽었던 얇은 위빳사나 책도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반복적으로 되뇌기도 했는데, 그래도 많이 힘들었다. 정말 난생 처음으로 강렬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전에도 이런 생각과 감정을 가졌던 적이 사실 한 번 있다. 2016년 여름부터 초겨울께까지였는데, 그때는 진짜 맛보기 수준이었다.

해결할 수 없는 벽이었는데 계속 거기 부딪히면서 부서지고 또 부수다가 2023년 1월 1일이 되어서야 생각했다. 흘려보내. 무반응. 어려운 시간이 될 거다(사실 벌써 1월 3일, 어제 한 번의 사이렌이 울렸는데, 그래도 잘 지나고 있다; 지금은 1월 4일 11:47). 사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척 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상상하고 예지하는 일을 그만둬야지. 돌이켜보면 어릴때부터 예지하고 추측하는 상상을 엄청 많이 해왔던 것 같다. 왜 이걸 인지하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면 그만큼 내가 이런 상상에 강렬하고 쉽게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냥 나의 특성이겠지, 한다.

아무튼,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게 내가 기준을 흔들리지 않게 잘 붙잡고 있는 데 유일하게이면서도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래서 후원을 또 다시 시작해야한다, 이런 것은 의미없는 강박과 의무감인 것 같다. 그보다 주위에 시선을 좀 더 두려고 애쓰고, 그 누구의 삶도 노력도 쉽거나 작지 않다는 걸 항상 생각하려고 한다. "존중"과 "존경". 어떻게 보면 "다정함"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 그것을 잘 지켜나가고 또 키워나가려고 한다.

 

#2023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하고 싶다. 특히 내적으로.

그저 엄마가 던진 말에 단순하고 간단하게 대답한 것 뿐이었는데, 진짜 이게 중요한 목표이자 행동지침이 되었다-달력의 해가 바뀐지 이틀만에.

마음에 상처받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할 거고, 그 외에는 아무것에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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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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