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5.12

思번 국도 2012. 5. 1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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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스무디킹에 가고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이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른쪽편에서 빨간 전동휠체어를 타고

화장을 곱게하신 할머니가 다가오셨다.

할머니께서 나에게 길을 좀 묻겠다고 하시고, '늘푸른외과'였나..?

-이 상호를 스무디킹에서 학교로 다시 돌아올 땐 분명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요즘 잘 잊어버린다'라는 생각으로 둘러대고 말 수가 없다.

얼마나 무관심했으면 그 세 글자짜리 상호 하나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겠는가.

아직도 나는 '양심적인' 사람이기보다 '양심적인 체 하는'사람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약간 화가 난다.-

외과의 상호가 적힌 조그만 종이조각을 내미셨다.

대전 시민이 아닌 나는 그 상호를 처음 들어보았고, 어딘지 알지 못해서

대전 사람이 아니라서 모른다고, 죄송하다고했다.

그리고 신호가 바뀌어서 나는 자전거 페달을 밟아 다시 달렸는데,

 

나는 스마트폰이 있지 않은가?

스마트폰으로 그 상호를 검색하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보고 할머니께 알려드릴 수 있었는데, 그 몇 분이 그렇게 급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뒤를 흘끗거렸지만, 그 뿐.

다시 할머니에게로 돌아가서 할머니와 길을 찾아드리진 않았다,.

이런 나는 겁쟁이였던걸까. ?

겁쟁이라기보단 게으른 이기주의자였다. 양심적인 체 하는 나르시스트.라고 하는 편이 더욱 맞지 않을까.

 

봄학기의 마지막 주가 되었고, '한문으로 읽는 동양고전'수업이 오늘 종강했는데,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들려주셨던 예화 하나가 떠올랐다.

누구였던가-이것도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강가의 다리를 건너는데, 한 노인이 자신의 신발이 물로 떨어져 그것을 주워다 달라고 하였다.

신발을 주워다드렸더니 노인은 신발을 신겨달라고 했고, 조금 기분이 언짢았지만, 어르신이니 그는 신발을 신겨드렸다.

그랬더니 노인은 이 사람의 됨됨이가 바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가르침을 주고 싶어졌다.

노인은 그에게 다음날 아침 그 자리로 나오라고 얘기를 하였고, 다음날 아침 일찍 그가 나갔는데,

노인이 이미 먼저 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보다 어른을 만나는데 어른을 기다리게 하였다며 꾸짖었다.

이 일이 몇 번 더 반복된 뒤 아침에 나오라고 하였는데, 그는 전날 저녁부터 그곳에 나가 노인을 기다렸다.

그제서야 노인은 그에게 책을 한 권 주었는데, 그 책은 병법서였고, 그것을 읽고 그가 나중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였는데,

(정말 누구였는지 무슨 병서였는지 기억이 안나네 ㅡ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꼭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그러는 것 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스스로 보여주고 싶어서

어떠한 척 하고 마는 것이라면, 그것만큼 나쁜 것이 없는데.

타인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자기 자신에게 먼저 가장 솔직해야하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하는데.

이러기가 쉽지 않기도 하지만, 게으름 때문에 노력 자체를 잘 하지 않는 게 문제다.

반성하고 반성하고, 반성한 뒤에 잊지 말고, 생각하고, 고칠 줄 아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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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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