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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는 사실, 특별히 감동적이지도 않았고, 단순히 꿈같은 얘기라고만 생각했다.

결말도 6개월 후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하룻밤 연인, 젊은이들의 약속으로 끝나서

"낭만의 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밖에 받지 못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비포 선라이즈는 비포 선셋을 통해서야 완성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비포 선셋을 위해서 비포 선라이즈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비포 선셋은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제시와 셀린 두 사람의 대화로만 이루어진다.

지난 날에 대한 추억과 아쉬움, 하지만 그것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데 대한 슬픔과 약간의 후회?도 있었나?

9년이 지나고 많은 것이 변해버린 지금까지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는 두사람의 눈빛과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애잔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파리의 풍경이나 시간이 얼마나 흘러가고 있는지같은 것들은 떠오르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았다.

오로지 두 사람의 눈빛, 표정, 행동과 사소한 말 한마디 한마디만이 중요했다.

그들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도 지금 현실은 변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들의 마음은 9년 전의 그 날로부터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바꿀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어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슬프지만, 진짜 슬픈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아름다운 "완전한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의 시작부분에서 이 두 사람이 하룻동안 움직이게 될 장소를 미리 보여주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처음엔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이 그 장소를 보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엔 '아, 오프닝에서 본 장소였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같은 장소에 대해 완전히 다른 느낌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아무 특별한 의미도 없는 평범한 일상의 장소가

그 두 사람이 잠시 머무름으로써, 시간이 지난 뒤에 (두 사람에게만이겠지만, 그래서 더욱) 엄청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영화가 끝났을 때 더욱 슬펐다.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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