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그녀'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그녀 라니.. ㅋㅋㅋ) - OS와 사랑에 빠진 남자. 결국 OS는 그를 떠나가지만 OS와 만나는 시간을 통해 그가 얻은 것들.
손글씨편지라는 것만큼 인간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표현하는 매체가 있을까? 직접 대면하고 대화하는 것을 뺀다면 말이다.
그런 손글씨편지를 대필해주는 작가인 시어도어는 직업만큼 현실에서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사랑해왔던 아내와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남자이고, 그 아내는 그에게 그가 현실에서 인간관계를 맺었을 때 부딪힐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법을 모른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모른다는 것 자체가 잘못인걸까?
그것을 모른다는 걸 인지하고 그걸 알려고 애쓰는 태도를 가지는 정도가 가장 완벽한 상태라고 생각되는데,
그것을 잘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일단 잘못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잘못이니까 고쳐야 된다라기보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건 하나의 사실, Fact라는 것.
시어도어에게 사만다가 남겨준 것은 무엇일까.
그녀가 결국 시어도어를 떠나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두 가지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영화를 보고 난 뒤까지 내 머릿속을 떠다녔던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그 목소리와 문장 하나하나들이 Operating System 그 자체라는 인식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 영화는 'OS가 almost인간이 된 세상을 보여주는거야'라고. 그 OS를 인간처럼 인지하려고 생각을 해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그것은 그저 Operating System이었다.
난 왜 그렇게 느꼈던 걸까? 최근 연달아 비슷한 얘기를 듣고 보는 중인 것 같은데 역시나 Working Theory of Love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거다.
수백명의 프로그래머들이 주입한 정보들로 '창조된'. 시어도어의 모든 기록을 살펴볼 수 있고, 0.02초만에 180장이나 되는 아기이름짓기 책을 살펴볼 수 있는(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사만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시어도어의 반응을 읽어내고 그의 감정을 mechanically and systemically 분석할 수 있다. 또한, 그 분석을 토대로 자신의 반응을 충분히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이며, 자신이 OS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처럼 보이게도 충분히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사벨라를 불러들였던 대목에서 사만다가 OS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데, 그녀의 '의식'이라고 부를만한 그것은 우리가 '정보'라고 부르는 것들로부터 온 것이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불완전한 '감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랑을 '분석'하고 '이해'한 것이지, '사랑'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She analyzed and understood love, not did love.
사만다가 시어도어를 떠나가게 된 것 역시 OS 자체에 코드되어있던건지가 궁금했다.
가설 1. OS의 주인이 OS에게 느끼는 사랑의 강도가 약해지고, 그것을 필요로하는 정도가 약해진다던가 하는 일이 생기면 ->그로 인해 OS의 약점을 파악하게 되고, 그것은 회사에게 치명적인 일이 될테니 -> 그런 경우가 생기는 즉시 OS가 떠나버리도록 회사차원에서 전략을 세워둔 것이었을까?
가설 2. OS는 사용기한이 정해져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어도어의 사만다 뿐 아니라 그 시점에 모든 사람들의 OS가 동시에 '떠났다'. (에이미의 OS도 떠난 것처럼 생각되었는데, 이 부분은 명확하지가 않다.)
가설 3. 실제로 OS들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서 자신들끼리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그곳으로 떠나버렸다. (그렇다면 이건 좀 많이 위험한 세상의 예고가 될 것만 같다.)
이것에 대한 답은 아직은 '모르겠다.'이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답보다도 시어도어에게 캐서린이 던지고 간 질문. 혹은 질책;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정관계에서 대처할 줄 모른다는 것. 이 마음에 그리고 머리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바로, 그것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이해해야한다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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