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환학생 설명회가 끝나고 Int'l center에서 인요한 박사님(Dr. John Linton)의 특강이 있었다.
인요한 박사님은 지금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의 International Health Care Center 에서 Director이시며,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이시다.
이 분은 외국인이시지만, 1895년부터 한국에서 살아온 미국 선교사의 자녀로 전북 청주에서 태어나셨으며, 한국에서 자라서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신 분이다.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이라는 저서가 있다.
한 시간밖에 되지 않는 강연이었지만, 어찌나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주시는지 정말 감동받았다.
그리고 외국인의 얼굴을 하고서 한국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셨던 것이 친근감있게 느껴져 더 전달력있는 강연이 되었던 것 같다.
박사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내내, 좋은 프레젠테이터란 멋진 프레젠테이션 스킬과 수준높은 컨텐츠로 무장한 발표자가 아닌,
청중이 누구인지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교환학생 선발된 학생들은 필참이었어서 간 것이었고, 주제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였던 터라
별 준비없이 갔었다. 그리고 중간에 화장실 다녀오느라 10분정도 빼먹기도 하고 ㅠㅠ 하지만 너무나도 강연을 재미있고 인상깊게 들었고, 무겁거나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기에, 핸드폰 메모로 대충 메모한 내용이나마 여기에 이렇게 올려본다.
박사님이 계속 말씀하셔서 우릴 빵빵 터지게 하셨던 문구가 있다. "우주의 중심 순천, Soon-cheon, the center of the universe" ㅋㅋ
박사님은 전북 순천 출신이시다. 충분히 그냥 웃으라고 던지신 말씀이실 수 있지만 말 속에 뼈가 있다.
자부심이다. 난 그렇게 느꼈다. 하나하나 배울 게 많았던 강연이었다.
(리뷰하면 깨알같은 요소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이래서 읽는 사람보다 나 자신을 위해 리뷰가 정말 필요함ㅋㅋ)
박사님은 우리나라에서 한국형 구급차를 최초로 제작하신 분이다. 이 구급차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4000대 쯤 다니고 있는 그 Emergency Ambulance가 맞다. 박사님의 아버지께서는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셨다. 그 일에 영향을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또한 박사님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EMT교육을 실시하셨고, 가장 젊은 부서장으로 세브란스병원에 계시게 되었다. 박사님은 삼백오십억을 모금하여 북한의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애쓰시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에 대해 그 동안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얻은 것들에 대해 하나의 빚을 갚는 과정이라고 하셨다.
박사님은 한국이 이렇게 성장하게 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하셨다.
첫째는, 박정희대통령
둘째는, 한국의 근면성실한 근로자들
셋째는, 한국의 엄마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다양한 시각의 분석들이 많이 나와있지만,
(무식한 공대생으로 근현대사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어 너무 부끄럽군..ㅠ)
박사님은 분명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거라고 주장하셨다.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소비에트연맹(러시아)의 뒤에 있었고, 한국은 미국 뒤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엇던 것이라고. 한 마디로 줄을 잘 섰다는 거다.
하지만 그럼 필리핀은? 필리핀은 100년이 넘게 미국의 뒤에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가? 그들은 아직까지 그저 그런 상태로 남아있다.
한국이 지금의 발전을 이룩하게 된 것은 누군가 뒤에서 원조해주어서 또는, 앞에서 끌어주어서가 아니다.
한국인의 특성이, 한국이란 나라 그 자체가 스스로 일구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인의 특성으로 박사님이 꼽으신 몇 가지가 있었다.
한국인의 특성을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은 바로 '체면'이다.
바로 이 '체면' 때문에 한국인들이 보이는 특성들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규칙을 잘 안 지킨다는 것이다. (ㅋㅋ)
이 얘기를 하시면서 ㅋㅋ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규칙을 위반하는 게 미덕이 된 거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소리를 하셨다. ㅋㅋ
그리고 본인이 겪으셨던 일로, 유턴을 하다가 전경에게 걸렸는데 당연히 벌금을 더 적게 내려고, 협상할 생각을 하며 차를 세웠는데,
박사님이 TV에도 자주 나오시는 유명하신 분이다 보니 전경이 박사님을 알아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알만한 분이.."
이 말 한마디에 바로 벌금도 벌점도 다 내고 받으셨다고 한다.
이만큼, 한국인들은 '체면'을 중시한다는 얘기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한국인의 이런 특성을 만들어 낸 요인들 중에는 바로 가정교육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미국의 경우는 kitchen stove라고 해서, 추운 겨울 부엌 난로가에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데,
한국의 경우는 '온돌'이라는 것이 있다.
온돌방에 모여앉아 어른들에게 인성교육. 가정교육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요즘은 이런 문화가 많이 사라지면서 가정교육, 인성교육이 부재하게 되고 이 때문에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됐다고 하셨다.
이 말에는 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요즘 학생들은 우리 부모님 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자기가 먼저 편하고 좋아야 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들. 자신과 아주 가까운 관계에 놓여있던 사람에게조차 피해입히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나 또한, 이러한 문제들의 바탕에는 가정교육의 부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박사님의 유머,
"중앙난방 때문이야 이건~"ㅎㅎ
두 번째 한국인의 특성은, Underestimating! 바로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 패배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사님이 다니셨던 의대 교육도 너무 수직적이었다고 하셨다.
모든 한국 학생들이 느끼는 것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질문'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
질문을 하라고 하지만, 그 시간에 질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내가 이 말을 지금 해도 되나? 이 말을 해서 혹여나 비웃음을 사진 않을까?
역시 또 체면과 연관이 된다. 내가 이걸 물으면 다른 사람들이 저것도 모르냐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나만 모르는 것 아냐?
그렇지 않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제 이 패배의식과 과소평가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마지막 세 번째 특성은, 안전 불감증이다.
박사님은 심지어 한국인은 "안전에 대한 유전인자가 없다"고 표현하셨다.
한국인들은 자본주의에서 제일 좋은 것과 제일 안 좋은 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너무 낙관적인 태도, 하지만 말은 또 엄청 비관적이다.
IMF가 찾아온 것도 이 너무 낙관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하셨다.(나는 또한, 다소 나태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4대 거짓말이 있다. (원래는 3대 거짓말) 처녀가 결혼 안 한다는 말, 사업하는 사람이 장사 안 된다는 말, 노인들이 죽어야한다고 하는 말.
그리고 박사님이 꼽는 네 번째 거짓말은, 한국사람들이 십년간 경제 좋다 소리 한 번도 안 한 것이라신다.ㅎ
한국은 정말 많이 발전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그래서 엄청나다고 하는 거다. 한국인의 미래는 아주 낙관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인들은 미래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다.ㅋ
그리고 실제로 이민가는 한국인들 중에 학력 높고 그런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하지만, 그들 중 80% 이상이 일년 내에 새 차를 장만하고 5년 내에 새 집을 장만한다. 이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체면을 더이상 차리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 한국과 그곳은 분위기 하며 모든 환경이 많이 다르다. 여기 있을 때와 달리 사람들은 주위를 그리 많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그들은 정말 '죽자고' 일하는 거다. 이게 꼭 나쁜것인가? 그런 얘기는 아니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근면 성실하다는 얘긴데, 그냥 또 체면치레도 심하다는 얘기를 같이 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잘난 한국인들이 Jewish랑 또 다른 점이 있다.
그네들도 나름 잘났다고 지구에서 인정받는 사람들 아닌가. ㅎ
유태인 엄마들은 아이가 시험을 치고 돌아오면 이렇게 묻는다. "시험에 뭐 나왔어?"
한국 엄마들은 이렇게 묻는다. "몇 점 받았어?"
이 얘기 많이 들어봤을 거다. 한국인들은 너무 급하다. 그리고 결론만을 중요시한다.
한국인들의 장점이 하나 또 있다. 바로 융합을 그렇게 잘 한다는 거다.
그 동안의 역사를 보면 한국은 다른 나라를 한 번도 침략한 적이 없다. 그리고 사람들을 잘 관찰해보면 엄청 잘 싸운다. ㅋㅋ
근데, 타 민족들과 이렇게 융합을 잘 하는 민족도 없다. 적응력도 참 뛰어나다.
위기를 기회화해야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이 얘기 하시면서 하신 말씀이, 新 대원군의 끼를 벗어버려야 한다는 거였다.
(대원군은 누구지? - 대원군은 외국인들을 참 싫어했던 사람이지.)
외국인들을 극도로 배척했던 흥선대원군같은 모습. 그런 신 대원군ism이 보이고 있다는 거다.
근데, 내가 미국 갔을 때도 정말 느낀 게 한국인들이 경계심이 정말 강하다.
진짜 경계심 강하고, 남들 의심도 잘 하고, 덥석덥석 믿고 주고 이런 거 잘 못 한다.
하지만, 정말 이제 세계가 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마인드를 좀 바꿀 필요가 있다고 나도 강하게 생각한다.
이 얘기를 하시면서 나온 얘기가 unification, 통일에 관한 거였다.
1953년 한국동란에서 미국은 처음으로 전쟁에 패배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러시아가 원자폭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는 핵실험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전진할 경우 그 핵무기가 사용될 염려가 있어 미국은 더 이상 전진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북한은 이 일을 상기하며 미국을 막기 위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거라고)
한국은 로맨티시즘을 버려야 한다!
이 말도 정말 공감이다. 온갖 따뜻한 말로 감싸고 돌았지만, 북한은 끝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고 있다.
나 역시 가끔은 강하게 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매번 감싸고 돌면 거기에 익숙해져버리기 때문이다.
감상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본다.
지나치게 이성으로만 대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감상적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것은 꿈이나 소설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하시면서, "negotiation on the top 이 아니라 negotiation from the bottom 이 되어야 한다." 는 말씀을 하셨다.
위에서 군림하면서 다루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제일 밑에 있는 사람들, 혹은 어떤 것들 부터 찬찬히 다뤄줘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윗물 맑히기보다는 아랫물 맑히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윗물을 맑힌답시고 더러운 걸 씻어 흘려보내면 결국 아랫물에 가서 고일테니까.
이 말을 하시면서 조선족들, 다문화가정들을 잘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북한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이들과 우리나라의 차이점과 유사한 점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잘 포용할 수 있다면 통일에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강연을 마무리하시면서 해주셨던 말씀,
The world belongs to you!
한국은 대단한 나라다. 그리고 우리 역시 뛰어난 인재들이다. 왜 과소평가하는가?!
우리는 아주 잘 해왔고, 잘 하고 있다. 앞으로도 잘 할 것이다. !!
(아으 쓰는 내내 팍팍 느껴진다 나 너무 무식해..ㅋㅋㅋ포스팅 하는 내내 너무 부끄럽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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