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일기(1)

日번 국도 2015. 5. 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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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금요일

4월 30일부터 초여름의 기운이 한가득 느껴져 기분이 정말이지 좋았다.

정말 기분 좋았던 5월. 점심을 서희와 만나 동식에서 먹고 카페베네에 가서 맛있는 에스프레소 초코칩 프라베노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서희 얘기를 듣고, 혜원이를 생각하고, 그리고

미키를 잃어버렸다.ㅋ

엄마는 "갈데가 있었나부다. 그럼 보내줘야하구 말구"라고 하셨지만,

뭔가 오월의 뜨겁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점심시간을 보내버린 대가라도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왔던 길을 되짚어가며 한 번 두 번 다시 찾아봤지만 보이지도 않고.

랩에 돌아와서 꼬지리한 그 노란 곰돌이가 찍힌 사진을 찾아 블로그와 드롭박스를 뒤지고, 사진을 골라 페이스북에 곰돌이를 찾는다고 글을 썼지만 웃기는 일이 되었을 뿐.

전화가 와서 용우한테 이러저러했다고 동식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얘기를 했더니 나중에 얘기하다 슬쩍 흘러나온 말이었던 듯,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 여쭤보기까지 한 모양이다. 좀 고맙기도 하고 약간 웃기달까, 귀엽기도 하고.

무튼 그래서 결국 곰돌이는 찾지 못했다.

꽤 괜찮은 녀석이었는데.

그리고 저녁은 아소부에 가서 냉소바를 먹고, 에떼에 갔었다.


 답답하고 답답함. 어색한 기운. 아무 것도 없었는데 왜?

돌아오는 월요일이 웤세미나 발표여서 솔직히 딱히 뭔가 준비할 게 많은 건 절대 아니었지만, 괜한 마음의 짐이랄까. 그런게 있어서(왜 ~랄까 라는 표현을 계속 쓰게 되는거지? ㅋㅋ 정준오빠가 빌려준 마스다 미리의 책 때문인가.) 이 날은 밤을 새버려야겠다 싶었다.


에떼에서 뭘 마시지 고민하다가 그냥 순간 눈에 '샤케라또'가 들어와서 베니스 생각, 그리고 호재랑 전에 궁동에서 마셨던 샤케라또 생각이 번뜩 나 먹고싶어졌다.

시럽을 넣지 않은 에떼의 에스프레소 더블샷 샤케라또는 그저 쓴 맛. 하지만 삼키고 삼키다보니 뒤에 가선 묵직한 좋은 맛이 나긴 하더라.

용우가 연습반에 가고 나는 일단 방에 왔는데 조금만 누워있다가 나갈까 하고 누운 김에 불도 끄자 한 게 두 시간을 더 자버렸다.

여덟시 반쯤 되었어서 아홉시에 일어나야지 했는데 열한시가 다 되어 용우가 전화를 해서 깬 것이다.

전화를 끊고서 또 생각에 생각 생각. 그래 차라리 잘됐다 싶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또 열심히 시간을 막 계산해보다가 그래 콜마르에 가야겠다! 했다. 이 주에 내내 크림치즈빵을 엄청나게 먹어대던 터였다.

바로 전날에는 날씨가 이렇게나 좋은데! 라며 아침에 랩에서 창의관까지 자전거를 타고 수업에 갔고, 수업이 끝나고 언제나처럼 또 time wasting을 하겠다는 시형이랑 뚜레쥬르에 가서 흑미찹쌀크림치즈빵을 사서 먹으면서 랩에 갔는데 그날 아침에 이미 블루베리크림치즈빵을 먹은 상태였고. ㅋㅋ 크림치즈빵을 사먹은 얘기는 화요일에 대해서도 할 수 있지만 4월의 지난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냥 말하지 않으련다.


마침 서희가 연락이 와서 어 멜팅을 가자고 꼬실까 하다가 ㅋㅋ 자전거를 달리면서 전화통화도 잠깐 하고, 어쨌든 거의 11시 55분경에 콜마르에 도착했다. 무슨 빵을 사야하지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다찌모찌와 시오빵을 사고 우유크림빵을 서비스로 받아서 나와서는 콜마르 입구에서 자전거에 걸터앉아 맹과 카톡을 한참동안 했다.

맹은 또 반칙을-CU에서 스타벅스 라떼를 먹을 수 있게 해주었고,

난 앞바퀴가 flat해진 자전거를 마구 달려 랩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어디선가 아까시 꽃 향기가 배어왔고, 난 이팝나무 꽃이 그 근원인가 헷갈려하며 까만 밤의 형형한 흰색 이팝나무 꽃 사진을 여러 장 찍었더랬다.

그리고 랩에 들어가서, 그때 진짜 뭐했지? 매트랩을 했던 것 같다. 딴짓도 겸하여.

밤을 새면서 계속 빵을 먹었다.

배가 조금 꺼질라치면 먹고 먹고 또 먹어서 세 개의 빵을 다 먹었다.

아 그 화요일의 초콜렛도 있는데 ㅎ (화요일은 정말 최악이었구나.)

그리고 세시, 네시나 되었었나. 들어가서 조금 자고 나올까 싶기도 했지만 뭔가 어두운 새벽에 혼자 기숙사까지 가는 길이 무서웠다.

그래서 일단 다섯시 반 경, 해가 뜰 때를 기다리자 싶었고, 해가 뜨기 직전에 한 삼십 분 정도를 엎드려서 잤다.

해가 떴고, (새소리도 났다.) 나와서 자전거를 타고 방으로 돌아와서 제대로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8시에 다시 일어나서 실험을 바로 해야지 했지만 ㅋㅋ 아마 9시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났던 것 같다.

이 날 아침에 룸메가 나가려고 준비를 했었는데 내가 팔을 침대 밖으로 뻗어내민채로 비몽사몽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거의 10시 반? 정도에 다시 실험실에 가서 실험을 시작했고, 아마 이렇게 잠이 부족하고 피곤한 탓이었을거다.

귀 뒤가 안경다리에 눌리는 게 너무 아팠다.

실험을 하고 그렇게 폐인인 채로 다시 자리로 가서 그래프도 그려보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또 시간이 막 가고 있었다.

그래도 어제 밤을 샜으니까 오늘은 늦게 안 있을거야 했는데 (랩에는 수진언니랑 종현오빠가 있었다) 매트랩을 코딩코딩 하다보니 어느새 세시가 되어버렸다. 용우랑은 네시 반 정도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서 가서 씻어야하는데 생각만 하고 계속 매트랩을 건드리다가 세시 반이나 넘어서 방에 갔던 것 같다.

방에 가서 씻고 준비한 다음 옷을 입었는데 아 왤케 배가 나왔는지 그래서 이 옷 저 옷 같은 옷을 반복해서 갈아입다가 네시 사십분이 넘어버렸고 결국 다섯시에 나갔다. ㅋㅋ


빨봉분식의 치즈떡볶이는 생각보다 더 맛있었고, 플레이북은 정말 기대한 만큼 아주 좋았다. 나도 개냥이를 만나보고싶었지만, 그건 전혀 상관도 없을 정도로 아주 맘에 드는 곳이었다.

서희에게 편지도 썼고, 나오기 전에는 레터스투줄리엣을 틀어주셔서 그것도 멍하니 바라보다 나왔다. 혼자 가도 좋을 곳 같고, 가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같았다. 묵독회에 정말이지 꼭! 가보고싶다. 아마도 6-8월 중에 한 번은 가볼 수 있겠지? 하고 희망해본다.(정준오빠가 정말 생각났다. 정말 좋아할 것 같다.)

그리고 들어오는 길에 서희에게 먹을 걸 함께 주려고 올리브영에 가서 젤리를 사고, 초콜렛도 결국 사버리고 ㅋㅋ

여름밤 공기를 이기지 못하고 아 맥주 한 잔 마시고 싶다고 했다가 용우가 응 그러자고 하길래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사서 갑천에 가서 마셨다.

마시다가 열두시가 다 되어서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비가 오는 김에 그냥 계속 밖에 그러고 있다가 세시가 다 되어 방에 들어가니 정말 피곤해서 죽을맛. 비도 맞았는데 제대로 씻기는 커녕 그냥 뻗어버렸다. 룸메는 집에 간 건지 모르겠는데 없었고, 나중에 물어보니 여행을 갔었다고.


일요일에 교중미사를 갔다가 점심을 먹고서 실험을 하고 남은 하루동안 발표준비를 더 하려고 했는데 개뿔 ㅋㅋ

10시 반이 넘어서 일어났다.

교중미사도 못 가고. 자전거는 앞바퀴에 바람이 빠졌어서 끌고 나갔던 터라 쪽문에 있었다.

어쩌지어쩌지 시간계산을 이리저리 해보다가 그냥 에이 모르겠다. 실험을 먼저 하고 청년미사를 갔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신박사님 차가 있었다.

실험도 뭐 11시 넘어서 시작하고 몸은 정말 '망가져버렸다'고 할 정도로 피곤했다.

실험이 끝나고 나와서 그래프도 보고 알 수 없는 통계의 web에 머리가 딱 걸려 엉켜버린 느낌을 받고 있는데 교수님이 랩에 내려오셨다.

진희오빠 자릴 기리쉬에게 물으시고 가셨는데 카드를 빌리신 모양인듯 백진희라고 써있는 카이스트 비상카드를 놓고가셨더라.

진희오빠의 반응 역시 잘 모르겠다. 나한테 인사를 늘 해주려고 하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아닌 것도 같고.

조박사님 기분 따라가는건지.

참 진짜 모르겠다. 사실 준원오빠도 얼굴 표정 변하는 게 똑같긴 해.

그건 그렇고 통계 때문에 너무 모르겠어서 시형에게 카톡을 했더니 이러저러하게 많이 말해주고 많이 도와줬다.

8시에 약속이 있다고 했고, 그 때는 세시 반정도? 였던 것 같다. 딱 방에 가서 씻고, 시형 랩에 가서 물어보고, 청년미사를 가면 좋겠어서

용우에게 교수님 오셨다고 하고서, 나도 참 나쁘지 ㅋㅋ 저녁먹는 걸 피해가려고 했는데 아침 비요뜨 점심 시오빵 먹었다며 안된다고 자기 조금 늦게 가도 된다고 해서 시형한테 물어보러 가려던 생각은 포기했다.

전에 오빠가 휴가나올 때 경고했던 게 아직까지 남아있는 걸 보니 난 참 안될놈인건가


씻고 다섯시나 돼서 만나서 얘기하며 가다가 닭섬에 갔다.

치즈앤더치킨을 먹었는데 이거 진짜 맛있더라.

너무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다. 이 날 아침부터 몸살기운까지 느껴졌고.

그래서 엄마한테 다시 내일 집에 안 가는 게 날 것 같다고 카톡을 했다.

통계는 지금 그냥 막장인 상태였고.

밥을 먹고 용우는 해설하는 날이라 교육을 받아야한댔는데 예전에 창세기 연수 때 봤던 그 언니가 교육을 해주는 거였고, 예그리나에서 기다리신대서 들어가서 나는 다른 자리를 잡고 앉아 통계를 해보려고 또 끙끙거리다가 미사에 갔다.

미사가 끝나고 초콜렛을 또 먹을까 말까 고민하며 올리브영에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고(아주잘했다!!!!!!) 쪽문에 왔는데 하.. 자전거 앞바퀴는 다시 아주 헐렁해진 상태였다. 터진거였구나.

랩으로 돌아가서 발표자료를 조금 건드리다가 너무 힘들어서 12시쯤에 용우랑 만나서 퇴근했던 걸로 기억한다.


벌써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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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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