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일기(3)

日번 국도 2015. 5. 1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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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엔 그렇게 대전을 돌아와서 바로 랩으로 가서 핸드폰 충전도 할 겸, 클린존에 들어가 데이터 백업도 하고 상황을 살펴보고 나왔다. 용우한테 전화를 해서 같이 투썸에 가서 트레이도 반납하고 여울관에 가서 서희 우편함에 편지도 꽂아놓고 나왔다.

굉장히 피곤하고 지쳐있었고, 들어가서 꽤 일찍 잤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닐지도 모른다.

다음날은 여느때같은 평일이 시작됐는데, 이 날부터 우리가 위닝한 애들 수술이 시작하는 날이었다.

아침에 랩에 갔는데 좀 이따가 40분쯤 고근오빠가 오늘 커버레터를 급히 수정해야하니 솔이 혼자 수술을 먼저 시작해야겠다고 카톡을 보내셨고 전혀 기분나쁘지 않았고 ㅎㅎ 그냥 클린존 빨랑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만 가지고 카톡 확인은 안하고 들어갔다.

전날 밤에 랩에 가서 케타민도 미리 다 준비해뒀었다.

오전에 들어가서 altruism test를 하고 나니 10시 반이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찰스가 오후에 쓰고 싶다고 월요일에 애리언니랑 나를 불러서(ㅜㅜ왜 애리언니만 nice야 맨날 싶기도 하지만 흐아ㅜㅜ 다른건 사실인 것 같다고 인정한다) 일정을 조정했던 터라 오전에 비워두는 게 계속해서 마음이 쓰였고, 최대한 빨리 실험을 마무리하고 (10시부터 예약이었으니)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이 날 수술대를 세 개 다 썼었나, 아마 그랬던 것 같은데 무튼 네 마리짜리 littermate cage하나를 다 하고 마지막 녀석은 시멘트가 조금 덜 마른 상태로 뺐는데 12시 50분이 다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수술을 11시 넘어서 시작했던건가..?


무튼, 마우스룸 전실에 들어갔는데 밥이 하나도 없어서 당황한 차 성진학생이 사료를 가지고 와서 밥을 막 급히 채우고 정말 1시가 넘어서 클린존을 나왔다.

밖에 나오니 애리언니밖에 자리에 없었고, 다리가 아파서 뛰지도 못하고 자전거도 없으니 마음만 급해서 막 겅중거리며 교실로 갔다.

근데 나오자마자 애리언니에게 다음날 케이지 담당이라 수술방 일정을 조정하고싶다는 연락이 와서 굉장히 짜증스런 마음이 되었다.

시형이랑 진은이도 이 날은 조금 뒷쪽에 앉았길래 같이 앉아서 정신 나간채로 수업을 듣고.

너무너무 배고파서 갈 때 그냥 뭘 사 먹고 좀 더 늦을까 하다가 그래도 듣자, 필기 베껴적기라도 하자 하고 갔었다. ㅋㅋ

수업이 끝나고 나서 뚜레쥬르에 갔는데 빵도 먹기 싫고 아이스크림도 먹기 싫었다.

매점에 가서 샌드위치랑 다이제를 사먹었는데 같이 가준 게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시형이랑 진은이도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었다. ㅋㅋ

교실에 갔는데 교수님이 ㅋㅋ 진은이에게 진은이는 너무 말라서 그렇게 아이스크림같은 거 계속 먹는거지? 하셨는데 내가 매번 수업갈 때마다 뭐 먹고 졸고 이래서 괜히 조금 콕콕 찔렸다. ㅋㅋ

월요일에 고근오빠가 엘리베이터 타고 점심때 내려가면서 정민환샘이 솔이가 똘똘하니 잘하는 것 같다고 칭찬하셨더라고 근데 자기가 뭐라고 대답했었나 기억이 안난다고 얼버무리셨었는데 뭐라하셨을지 상상은 엄청 다양하게 잔뜩 해볼 수 있지만 뭔지 짐작은 못하겠다.

무튼 오늘은 정말 졸지 말아야지. 근데 정말 힘들다. 고 생각하고 샌드위치를 다 먹고 거의 바로 잠들어버렸던 듯.

정신 하나도 못 차리는데 사람들끼리 이날따라 엄청 활발하게 웃고 얘기해서 ㅋㅋ 정말 정신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진은이랑 잠깐 비는 시간에 발표준비를 하자 하고 과도에 가기로 했는데 진은이가 화장실을 갔다온댔나 해서 용우가 과도면 얼굴보고가야지 했지만 ㅋㅋ 방이라고 해서 웃음을 터뜨리는 차에 뚜레쥬르 야외에 앉아계신 고근오빠랑 조박사님을 발견해서 와우, 빡친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서 막 짜증을 냈던 것 같다. 난 오늘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데 커버레터 수정하고 짬짬이 수술 좀 하시지 여기서 이러고 계시는 게 너무 화가났다.


그냥 고근오빠한테 수술 어떻게 하냐고.애리언니네가 내일이랑 모레 써야한다고 해서 연락이 왔다고. 막 조급하게 말을 했던 것 같다.

조박사님이 옆에서 자꾸 딴소리로 말걸고- Timothy Bliss오는 거 얘기하면서 LTP에 관심있냐? 라는 둥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 잘난체 하시고 내 실험에 대해서도 이러쿵 저러쿵, 랩미팅때도 그거 이미 다 준비하고 고려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대답도 해줬구만 대답을 들으려고 말을 하는 게 아닌거다- 그래서 정말 화가났다. 그냥 시큰둥학 아예 얘기 실컷하세요 하는 태도로 조박사님한테 대꾸하고 그냥 넘어가선 과도로 갔다.

진은이는 조금 더 있다가 도착했고 별 진전없이 밤에 만나자 하고 세미나에 갔다.

세미나 출첵이 강화돼서 마냥 딴짓도 못하고 플래너 뒤적이고 하다가 나왔다. 세미나가 시작이 늦었는데 다행히 일찍 끝났다.

용우가 세미나 가기 전에 끝나고 저녁 같이 먹자고 했어서 아 어떡하지 그냥 스킵하고 수술 조금이라도 빨리 더 하고싶다 하는 마음이 마구 들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래 끝나자마자 일단 연락할게 라는 말밖에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다가 약속한 거 다 어기고 파토내고

난 맨날 그러는 것 같아서, 그래도 지금 상황이 나로 하여금 그렇게 만드는 거 아니야? 라는 변명이 자꾸 떠올라서 스스로 너무 화가났다.

여기서 도대체 뭐가 더 큰 문제인지 분간을 잘 못하겠다.

정말 이런 상황에 있어서 이 때 내가 1. 꼭 용우가 아니더라도 상대방과 한 약속을 깨는 게 싫다. 2.상대방보다 일단 할 일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는 게 싫다. 3. 뭐가 더 중요한지 파악을 못하고 있고, 그게 싫다. 4.진작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또 뭐가 있을까.

지금 쓰다보니 4번인 것 같다. 내가 내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바쁘게 허덕이게 되는 상황이 진짜 싫다 그건 사실이다.

바쁘다는 말 하게 되는 게 정말 싫고, 정말로 막 바쁜 게 진짜 싫은데 내가 그렇게 살고 있어서 정말 싫다.


무튼 끝나자마자 동식에 가서 용우를 만나서 밥을 먹고 랩에 가서 금박사님-애리언니는 에세이 때문인지 퇴근했다-과 얘기를 하고, 고근오빠는 자리에 있었고, 아이작과 일환오빠와 수술일정에 대해 얘기를 했다.

너무 지치기도 했고, 몸보다도 감정적으로 어린애같은 상태가 되었던 것 같다.

네마리를 저녁에 빡세게 더 해버릴까 했던 마음이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용우가 쪽문에서 보자고 해서, 분명 성당 늦었을텐데 ㅜ 그 생각은 가고 나서야 떠오르고

자전거를 고치러 갔다.

용우는 좀 있다가 성당에 가고 사람이 많아서 좀 기다렸는데, 아저씨가 바퀴 고정하는 고무막대같은 것? 그것만 빼셨는데 괜찮아졌다 ㅋㅋ

오래 탄 모양이라고 ㅋㅋㅋ 중고 산거라고 하니까 펑크난 걸 샀어? 하시고 그건 아니고 타다보니 그랬다고 했더니 자전거 얼마한다고 중고를 샀냐고 ㅋㅋㅋ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진짜 자전거 좋아하고 사고싶다고. 자전거 꽤 많이 비싸다고 ㅋㅋ

자전거 바람도 넣었으니 괜찮은지도 보자 싶고 저녁공기가 또 좋아서 그대로 갑천으로 가 자전거를 조금 탔다.

그리고 롯데마트에 가서 애리언니한테 수술 일정땜에 카톡할 때 너무 장문으로 헷갈리게 의사전달이 됐던 것 같고, 에세이쓰느라 힘들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주려고 초콜렛도 샀다.

그리고 랩에 들어와서 초콜렛 나도 먹고 ㅋㅋㅋ

진은이가 원래 실험 마무리하고 9시 반에 만나자고 했었는데 연락이 안 오길래 연락해봤더니

교수님이랑 미팅한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10시가 넘어서 나갔다.

나가는데 폼프리츠에 갈까? 하길래 ㅋㅋ 아그래 좋다고 가자고 ㅋㅋㅋ 멜팅은 어떠냐고 했는데

폼프리츠 들어갔다가 아 너무 시끄럽다 라고 한 뒤에 내 카톡을 본 거다.

그래서 멜팅으로 옮겼다 ㅋㅋ

멜팅도 조용한 건 아니지만 폼프리츠같진 않았고 안쪽의 작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랩탑을 켰다.

시형이 서울에서 한 학회 갔다온 거 환급받는데 2-3만원 정도 교수님이 계산하기 귀찮다고 그냥 더 주셨다며 산다고 ㅋㅋ 피쉬앤칩스를 시켰다.

그리고 용우가 들어간다고 연락이 와서 ㅋㅋㅋ 나가서 용우를 만나고 오니 감자 두세개 빼고 없었음 ㅋㅋㅋㅋㅋ 얘들 진짜 재밌는 거 같다.

자전거 타고 나가다 응공동 지나서 걷고 있는 진은 시형 발견했는데 ㅋㅋ 그렉서교수님 흉내내길래 완전 빵터지고 ㅋㅋ

내가 입에 핸드폰 물고 자전거 잠그는데 milk라고 써있는 케이스때문에 ㅋㅋ 사진찍는다고 난리치고 ㅋㅋ

진짜 좋은 애들인듯 ㅋㅋ 시형은 정말 ㅋㅋ 확통 점수확인하던 날이랑 wasting time하는 거 때문에 정말 늘 느낀다 ㅋㅋㅋ

용우가 펍에서 공부-라고 하기도 좀 그렇지만-한다고 하니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우린 이러는데 늘 ㅋㅜ

나중엔 알게 되겠지 이번이 첨이었으니까 ㅋㅋ 무튼

멜팅은 재밌었다.


진짜 수요일 정신없고 바쁘고 힘들었는데, 목요일은 더했다.

목요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베네에서 베이글 모닝세트를 사서 랩 안 들르고(아침에 랩 안들른 거 대전온 뒤 처음인듯!!!) 바로 수업에 갔다.

전날 늦게 들어갔는데 시형은 벌써 와있었다. 나 진짜 일찍 간건데 ㅋㅋ

수업 듣자마자 바로 랩에 가서 수술을 하는데 애리언니가 2,3번을 쓰고 나는 1번만 써야해서 2마리밖에 하지 못했다. 한 마리는 시멘트 완전하게 마르기 전에 빼고 6마리 케이지였어서 남은 애들을 소셜방에 넣어놓고 물리치료에 5분 늦었다.

가서 치료를 받고 동식에 갔는데 1시 22분. 매점 샌드위치를 먹으려했던 터라 터덜대고 나오는데 수진언니랑 보영박사님이 점심을 드시러 오시길래 같이 동식에 가서 밥을 먹었다.

먹고 2시 정도에 클린존에 들어가서 행동실험을 다 하고 나니 정말 3시 40분이 딱 넘었고, 4시 예약을 해뒀던 터라 다시 클리닉에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사람이 많아서 4시가 되어버렸고,

이따 오겠다고 하고 자전거를 정말 미친듯이 달려서 정문술에 갔다.

백세범교수님 말씀이 맞긴 한데. 무튼 바퓨가 빡세져서 빡친다 ^^

교수님이 근데 안계시길래 어? 오예? 했는데 더워서 허덕이며 2분정도 있으니 뒤에 와 앉으시더라...................... 하하

수업 끝나자마자 또 미친듯이 자전거를 달려서 클리닉에 가서 진료를 받고 주사도 맞았다 ㅜ

왤케 안낫지 갸우뚱갸우뚱 하시더니 TPI인가?? 주사를 한 번 맞아볼래요? 하셔서 맞았다.

인대에 직접 주사를 놓는 건지 선생님이 간호사샘한테 아 찔겨~ 라고 하시면서 놓으셨다는.ㅋㅋㅋㅋ 가정의학과 선생님 되게 귀여우신 거 같다 ㅋㅋ 친절하시고 좋은데

내 다리 왜이렇게 안낫냐고 ㅜㅜㅋㅋㅋ

무튼 그러고 나왔는데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난 쥐 꺼내놓은 애들까지는 적어도 수술을 해야겠고, 고근오빠는 당연히 수술하셨을 리가 만무하고 수납할 때 물어보니 약국은 6시 반에 닫는다는데 처방전이 나와서 마음이 엄청나게 조급해지자 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게 '화가 난다'고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인지 잘 모르겠지만.

자전거를 막 달려서 일단 약국에 가는데 ㅜㅜ 아 거기 입구에 보도블럭과 흙부분 경계에 움푹패인 곳을 피하지 못하고 넘어졌다 ㅜㅜ 짜증

엄청 부끄럽기도 하지만 웃기기도 해서 맹에게 말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ㅋㅋ 정문술에서 클리닉 갈 때도 맹에게 카톡한다고 폰 들여다보는데 원운동장 입구에서 눈앞에 차가 오고 있던 터라 고개 안 들었으면 클날뻔하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 미친듯 이날

무튼 약국에도 두 사람이나 기다리고 있어서 막 초조하게 서성대다가 약을 받아서 또 자전거를 냅다 달려 랩으로 갔다.

가자마자 클린존에 들어가니 금박사님이랑 기리쉬가 대화중이셔서 기리쉬가 수술대 쓰시는 줄 알고 깜놀! ㅋㅋ진짜 깜놀해서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저 해도 되는거냐고 ㅋㅋㅋ

그래서 남은 네 마리를 금박사님이랑 얘기하면서 수술하니 6시 50분이나 되었던 것 같다.

네마리를 더 할까 말까하다가 아 안해야지 했다가, 금박사님이 계신 것에 뭔가 스스로 자극을 받아 네마리 케이지를 또 꺼내왔다.

금박사님은 7시 20분쯤 정리를 다 하시고 나가셨고, 나는 세마리를 하고 나니 7시 50분.. 하..ㅋㅋㅋ

8시 10분쯤 마무리를 하고 불꺼진 쥐방에 들어가서 넣어놓는데 세상에 전실은 자동으로 UV등이 켜지더라. 끌 수가 없음

아 내눈 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 밥 물 채워서 애들 넣어두고

9시가 다 되어서 나왔다.

금박사님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내가 되게 예민하고 공격적인 태도로 대화했던 것 같다.

박사님이랑 얘기하는 와중에 계속 저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요새 내 스스로에 대해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심각하게 많이.


무튼 그러고 나왔는데 준원오빠 태도 뭔가 별로고

아 이날 막 허겁지겁 가방 내던지면서 왔다갔다했는데 ㅋㅋㅋ 지헌오빠가 아 바쁘신가보다고 ㅜㅜ 해줘서 되게 고마웠다.

일환오빠는 야 이제나왔냐 ㅋㅋ 너 진짜 대단하다 라고 하시고 ㅋㅋ

진희오빠가 갈 때 인사를 한 것 같기도 한데 뭔가 내가 씹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요다랑 진석이는 ㅋㅋ 낮에 물리치료받을 때 언제 보냐고 언제보냐고 했는데 답 없다가 8시 너무 이르다고 9시에 보자고 하더니

나와보니 10시에 보자고 되어있다가 다시 10시 10분으로 되어있길래 이것도 아싸!

근데 너무 배고파서 ㅋㅋ 진석이도 배고프다길래 야 우리 떡볶이라도 먹자고 했지만 앉아서 이것저것 하다보니 10시가 되었고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3분만에 쪽문에 도착했고 진석이가 같이가자고 한 걸 거기서 확인하고 ㅋㅋㅋ 얘도 자전거 타고 빨랑 온대서 10분 좀 넘어 만나서 쪽문떡볶이를 먹었다 ㅋㅋㅋ

먹고 있으니 요다가 왔음.

그래서 우마이에 들어갔는데 들어가면서 용우한테 전화가 왔다.

요다랑 진석이랑 자리에 앉았는데 용우 전화를 받기가 너무 어려웠다.

걔네들 앞에서 평소처럼 용우랑 통화하기도 좀 그렇고, 어제 만날 때 내일 요다랑 진석이랑 밖에 있어도 너 들어올 때 잠깐 나와서 보면 되지라고 말했고, 정말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들어오자마자 연락이 오니까 바로 나가는 건 솔직히 뭐 나가면 나가겠다만 이 날 하루 너무 굴렀던 탓이었던 것 같다. 나갈 생각이 퍼뜩 들지 않았다.

그래서 분명 나 이렇게 말하면 안된다는 거 머리론 알고 있었는데 말은 그렇게 안 나왔다.

나 뭐하지? 싶으면서도 당장 눈앞에 닥친 상황-진석이라 요다라 같이 그 자리에 앉아있었던 그 상황에 날 접어넣었다.


그러고 모면을 한답시고 카톡을 하는데 뭔가 진석이랑 요다가 누구냐고 남자친구냐고 물어보고 하는 것도 싫었고 걔네들이랑 이날 만나서 술마실 땐 그 얘기 하려던 게 아니고 그냥, 오랜만이니까 사는얘기 힘든얘기 실험실 빡센 얘기 하면서 다 풀고싶다는 생각만 하고 나왔던 터라 그냥 정말 피하고 싶었다.

얘는 괜찮다고 그랬지만 안괜찮은 게 더 당연한 것 같았고 그래서 답답했고 뭔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끼어들어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셋이 술먹고 난리친 건 재밌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깍지콩을 다섯번은 넘게 리필해서 잔뜩 까먹었고

총알을 튀기면서 콘치즈를 신나게 먹었으니까.


-이걸 빼먹었네. 클린존에 들어가면서 번뜩 생각이나서 나가면 꼭 잊지말고 써야지. 했는데 그냥 글에다 덧붙인다.

요다 랩 얘기 물어보다가, 나는 진지하게 얘기를 들어주고 싶었고, 위로라기보다 정말 요다가 어디에다 말하겠어 싶어서 말 다 하고 욕도 하고 풀어버리길 바랐는데

잘 들어주다가 내가 맹이랑 카톡하는 것때문이었던 듯한데-정말 생각도 안난다, 잠깐 폰을 들여다보고 피식 웃었는데, 나는 웃는 줄도 몰랐는데 요다가

왜 웃냐? 뭐가 웃겨? 라고 갑자기 말해서 정말로 당황했었다.

진짜 속상했고, 나는 진짜 요다 얘기 잘 들어주고싶고, 요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요다가 나한테 뭔가 상처받은 게 있나, 왜 저렇게 어디 다친 동물마냥 예민한 반응을 갑자기 보인걸까 싶고,

전만큼 나한테 아주 가깝게 대하지도 전만큼 나한테 이얘기저얘기 꺼내지도 않는 것 같고 거리감이 좀 생긴 것 같아서 속상했는데 내가 괜히 그런 느낌을 받고 있었어서 그랬나

아니 내가 진짜 얘기 들어주다가 갑자기 폰 들여다본 게 잘못인가 아 내가 왜그랬지

이런 생각까지 그 짧은, 일 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머릿속에 다 지나갔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그래도 다행히 요다가 왜 그 말을 갑자기 내뱉었는지 파악이 됐으니 망정이지 그래서 오빠 얘기 듣고 웃은 거 아니야, 카톡 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 라고 대답을 했지만 요다는 듣지 않았을 거다.

어떻게 해야하나? 나 잘 모르겠다.

왜 전엔 안그랬는데.

-


금요일엔 아침에 일찍 나서서 던킨에서 용우를 일부러 만났고,

다시 랩에 가서 오전에 실험 안 하고 읽을 걸 읽다가 점심에 서희랑 서측을 먹고 뚜레쥬르에 갔다가 서희에게 투덜투덜-근데 늘 서희에게 이런 얘길 하고 시간이 해결해줄거라는 서희의 웃음을 받는 게 마음이 편해져서 습관이 된건가. 그러지 말아야지.

그리고 랩에 들어가서 행동실험을 하고 나와 둔산성모정형외과를 가봤다.

엑스레이를 찍었고, 인대가 계속 부어있다고 피로골절같은 게 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한다고, 2주 정도 더 있고 그 때도 아프면 다시 또 오라고 의사선생님이 그랬고

물리치료사 아주머니가 좀 재밌게 ㅋㅋ 말을 많이 거셔서 시형에게 말해줬더니 내가 맘에 든 모양이라고 ㅋㅋ 자기는 말도 안걸어서 그냥 잤다며 어땠냐고 물어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ㅋㅋ

아 내 나이키!!!!!!!!!! ㅜㅡㅜ 나도 목걸이랑 피니셔티 진짜 갖고싶은데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기분이 진짜 개구렸다.

홈플에서 베어비어라거랑 예감이랑 아이스크림맛 오레오를 집히는 대로 사서 두고 자전거는 기숙사에 세워두고 용우랑 저녁을 먹는데 앉자마자 힘들다는 투정부터 나와서 아 난 왜 쓸데없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말하고 있는 날 발견했고

기분이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또 초록색 트로피카나와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우걱우걱 먹으면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용우랑 올어바웃초콜렛에서 아이스크림마카롱을 사먹었다.

전날은 진짜

약국에서 랩으로 돌아가는 그 짧은 길에서 자전거 페달을 마구 발으며 으아아악!!! 하고 소리를 내질렀으니까.

벌써 두시 16분이네 세시 전엔 실험 들어가야할텐데. 아이스크림 생각이 자꾸 난다.


그리고 연습반에 가는 용우한테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을 얘기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 쉬어야지 했지만 랩에 가서 이것저것 하다보니 또 열시가 넘었고

열한시나 되어 퇴근하는데 용우가 와서 같이 갔다.

진짜. 좀 고마운 것 같다.


정말정말 피곤했어서 정말 많이 지쳐있었어서

자야지 했지만 밀린 일기를 쓰고 두시에 잤다. 물론 베어는 손대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스크림맛 오레오는 첫입에 달콤한 체리 향이 감도는 쿨민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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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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