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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진 물질인 '비소(As)'는 곡물들, 특히 논에서 길러진 쌀에 많이 축적된다고 알려져있다. 쌀을 주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우 비소 중독의 위험이 큰데, 실제로 쌀이 주식이며 물에 비소 함량이 높은 국가인 방글라데시의 경우 비소 중독의 위험성이 매우 크다.
보통 우리가 밥을 지을 때 도정된 쌀을 구입하여 흐르는 물에 몇 번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 뒤 물에 쌀을 살짝 불려 열과 압력을 가해 익힌다. 사실 이렇게 물을 통해 여러 번 헹궈내면 쌀에 축적된 비소를 제거할 수 있긴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떤 물을 이용해 쌀을 씻는가에 따라 제거되는 비소의 양이 달라진다.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수돗물로 몇 번 헹궈내는 것보다 딱히 어렵지 않으면서 더 효과적으로 비소를 제거할 수 있는 쌀씻기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 방법으로 쌀을 씻고 밥을 지어야하지 않을까?!
영국 벨포스트 뮌즈대학의 식물 및 토양 과학자인 앤드류 메하르그(Andrew Meharg)와 연구진은 곡식을 씻는 몇 가지 방법을 비교하여 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진은 실제 6가지 통곡물과 6가지 도정 곡물을 이용하여 실험을 했는데, 주식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곡물이기도 하고 비소의 함량이 가장 높다고 알려져있기 때문에 쌀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겠다.)
많지 않은 양의 물과 함께 밥을 끓일 경우 곡물이 그 물을 전부 다 흡수하게 되면서 쌀과 물에 존재하는 비소가 전부 익은 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쌀을 전체적으로 한 번 헹군 뒤 과량의 물과 함께 익히면 비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관찰했다. 이 때 쌀을 익히는 물이 비소를 포함한 경우에도 결과는 같았으며, 물의 양을 점점 늘리면서 이 과정을 반복하면 비소가 더 많이 제거되는 것을 발견했다. 쌀과 물의 비율을 몇 가지로 하여 밥을 지어보았을 때 쌀과 물이 1:12의 비율일 경우 비소의 양이 57%까지 감소되었다. 비소가 액체상태의 물에서 유동성을 띠기 때문에 제거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차가운 물로 단순히 헹구는 것보다 뜨거운 물과 함께 익는 동안 대부분의 비소가 제거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연구진은 연속적으로 증기를 뿜어 증류된 뜨거운 물을 공급하는 기계와 필터를 끼운 일반적인 커피 퍼컬레이터(커피머신에서 커피가루를 채워 끼우는 큰 스푼같은 부분)를 이용하여 실험을 해보았다. 커피 퍼컬레이터 역시 뜨거운 물이 퍼컬레이터에 담긴 물질을 통과해 지나가도록 하므로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익히기 전후의 쌀을 비교해본 결과 커피 퍼컬레이터를 이용한 경우 절반 정도의 비소가 제거되었고 실험기구를 이용한 경우 60-70% 정도가 제거되었다. 비소가 제거되는 정도는 쌀의 종류에 따라 달랐으며, 최대 85%까지 비소가 제거되었다. 메하르그는 '사람들이 커피머신으로 밥을 지을 거라고는 기대한다기보다 모두의 주방에 있을법한 것으로 원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단순하고 비싸지 않으면서 비소 함량을 낮출 수 있는 밥솥이 개발되는 데 이 연구 결과가 이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쌀의 전처리 시설에서 쌀을 살짝 익히고, 건조한 뒤 탈곡하는 과정에 약간의 변화를 줌으로써 손익 균형도 유지하면서 쌀에 포함된 비소 함량을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기술은 또한 아기용 시리얼이나 전처리된 쌀을 이용하는 상품을 제작하는 회사들에서도 이용될 수 있다. 쌀을 원료로 하는 아기용 음식은 대체로 높은 비소 함량을 가지는데, 어린이들은 몸집이 작아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신체 크기에 비해 섭취하게 되는 비소의 양이 훨씬 커 위험성이 훨씬 크다.
뉴햄프셔 하노버에 위치한 다트머스 대학의 역학전문가 마가렛 카라가스(Magaret Karagas)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쌀에서 비소를 제거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저(低)비소 함량종의 개발과 재배 방법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메하르그의 연구 결과는 현재 상황에 대해 단기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우며 사람들이 쉽고 편리한 방법으로 쌀에서 다량의 비소를 제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사: Simple cooking methods flush arsenic out of rice-Preparing rice in a coffee machine can halve levels of the naturally occurring substance. by Emily Sohn, published on 22 July 2015, Nature doi:10.1038/nature.2015.18034
논문: Rethinking Rice Preparation for Highly Efficient Removal of Inorganic Arsenic Using Percolating Cooking Water,
Manus Carey, Xiao Jiujin, Júlia Gomes Farias, Andrew A. Meharg ,Published on July 22, 2015, DOI: 10.1371/journal.pone.013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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