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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네오에 서식하는 박쥐(Hardwicke's woolly bat;Kerivoula hardwickii)는 그 지역에 자생하는 벌레잡이 통풀(Nepenthes hamsleyana)에 집을 짓고 산다. 박쥐는 주머니 모양의 잎 속에 살면서 배설을 하는데, 식물은 이 배설물을 양분으로 쓸 수 있어 서로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
사실 이 지역에는 몇 가지 종류의 벌레잡이 통풀이 분포하는데, 이 박쥐는 왜 굳이 이 풀을 좋아하는걸까? 독일 그리프스발트 대학(University of Greifswald)의 마이클 쇼너(Michael Schöner) 연구팀에 의하면 이 벌레잡이 통풀의 모양에 답이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다른 벌레잡이 통풀 종(種)에 비해 이 식물 잎의 안쪽 벽 부분이 하드위크 털 박쥐의 초음파를 더 강하게 잘 반사해내는 것을 발견했다. 초음파를 반사하는 부분에 인위적으로 변형을 가하거나 없애버리자 박쥐가 식물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현저히 느려졌다. 이 식물이 가지는 특이한 잎의 구조 덕분에 하드위크 털 박쥐가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벌레잡이 통풀의 모양도 그렇거니와 박쥐가 자신이 낸 초음파를 반사하여 소리를 잘 내는 식물을 좋아한다니, 사람이 색소폰을 연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사된 초음파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나도 들어봤으면!
관련 논문: Curr. Biol. http://doi.org/56c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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