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예일대학교 신경 발달 및 재생 프로그램의 제시카 마리아니(Jessica Mariani)를 비롯한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미니 뇌'를 통해 자페증의 원인을 찾아냈다.
이들은 네 명의 자폐스펙트럼 환자로부터 피부 세포를 채취했다. 피부에서 채취한 세포는 주로 섬유아세포 종류이다.
태아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맨 처음 태아의 몸을 구성하게 될 세포들은 어떤 목적도 부여받지 않은 상태에 놓여있다. 이 상태에서 세포 내에 존재하던, 혹은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어떤 신호를 받아 특정 목적을 부여받게 된다. 이 목적에 따라 세포는특수한 형태와 기능을 발달시키게 되고 결국 특정 기관을 형성하게 된다.
연구진이 채취한 피부 세포인 섬유아세포는 이미 피부가 된다는 목적을 부여받고 자라온 세포이긴 하지만, 완전히 '피부'로 성장하지 않은 세포, 즉, 아직 분화가 완벽하게 되지 않은 종류이다. 이런 상태의 세포에 마치 발생 중의 세포처럼 목적을 새로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을 투여해주면, 이 세포는 그 물질들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목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물질은 '벡터(vector)'라고 불리는 물질을 이용해 서 세포 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다. 벡터는 손수레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로,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나 특정한 요소들을 끼워넣을 수 있는 틀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채워넣은 벡터는 주로 바이러스(혹은 대장균같은 것에 직접 넣을 수도 있다.)의 몸 속에 주입된 뒤, 바이러스를 세포에 넣어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벡터를 포함하고 있는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이러스 감염', 즉 바이러스가 자기 몸 속에 있던 물질을 감염시킨 세포의 몸 속에 퍼뜨리는 과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자폐스펙트럼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세포와 비교하기 위해 정상인 사람들의 세포도 채취했다. 이 때 세포를 채취한 정상인 대조군은 이미 세포를 채취한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친척들로 선정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피험자들에게서 채취한 피부 세포를 줄기세포로 분화시킨 연구진은 이 세포들을 태아 발달 중반부(착상 후 9-16주 상태)의 종뇌 상태로 분화시켰다. (얻어낸 유도줄기세포 덩어리는 실험실의 배양접시에서 입체적인 구조로 배양될 수 있는데, 세포를 기르는 환경에 특정 신호물질을 넣어주는 등 조건을 변화시킴으로써 원하는 기관의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다.)
피부에서 채취한 세포를 줄기세포화시킨 뒤 입체 배양하여 실험실에서 '미니 뇌'를 만들어낸 것이다.
만들어진 미니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와 그 활동을 비교했더니 정상인에 비해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미니 뇌는 신경활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GABA'라는 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세포 종류를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미니 뇌를 구성하는 세포들의 유전자 구성을 살펴보았더니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미니 뇌 세포들은 'FOXG1'이라는 유전자를 더 많이 발현하고 있었다. 이 유전자의 발현량을 인위적으로 줄여주었더니 GABA를 분비하는 신경세포의 성장이 감소했다.네 명의 자폐스펙트럼 환자들은 공유하고 있는 유전자 변화가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오로지 FOXG1의 효과가 자폐증을 유도했다고 말할 수 있으며, 발생 중에 일어나는 다양한 환경 변화가 이 유전자의 발현에 변화를 일으키리라고 생각된다.
이 연구는 피부에서 채취한 세포를 통해 실험실의 배양 접시 위에 뇌를 재현했다. 그리고 재현된 '미니 뇌'를 통해 일반인과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뇌를 직접 비교했다. 이같은 직접적인 비교를 통해 세포의 종류와 구성 차이를 확연하게 볼 수 있었고, 직접 뇌 세포를 채취하여 분석하는 것도 가능했다. 실제로도 분석을 하여 세포의 종류와 구성 차이를 일으키는 보다 근본적인 유전자 수준의 이유를 밝혀냈고,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유전자 수준, 그리고 실제 뇌에서 표현되는 상태를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유전자의 발현 수준을 어린 나이에 혹은 발생 단계 중에 확인할 수 있고, 위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 발현 수준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자폐스펙트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조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미 자폐스펙트럼이 나타난 경우에도 미니 뇌에서 작용했던 것처럼 유전자의 발현량을 늦게라도 조절하여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자폐증의 치료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사: 'Mini-brain' gives autism hints, Nature 523, 385 (23 July 2015) doi:10.1038/523385d
논문: Cell 162, 375–390 (2015)
'敖번 국도 > 뽐내는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 부족하면 겁대가리 상실?! (0) | 2015.07.24 |
---|---|
건강한 밥 먹으려면 밥솥 대신 커피머신을 이용하세요! (0) | 2015.07.24 |
장기 칩 등장! 이제 동물 실험 사라지나? (0) | 2015.07.21 |
박쥐는 색소폰 연주자..?! (0) | 2015.07.21 |
까만 흑표범 vs. 더 까만 흑표범 (0) | 2015.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