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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상호작용 과정에서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올바르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의 감정을 인식하고 해석한 뒤 적절한 반응을 보일 때에만 올바른 상호작용이 이뤄질 수 있다. 이런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신호 중 하나가 표정 변화이다. 표정 변화를 통해 읽어낼 수 있는 감정 상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 친화적인 신호와 위협적인 신호를 구분해내는 것은 사회활동을 넘어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예를 들어 어떤 범죄자가 나에게 위협적인 신호를 보내는 표정을 드러냈는데 그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그사람에게 다가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이처럼 공격적인 신호와 친화적인 신호를 구분해내는 데에는 중추신경계에서 특히 내장지각 피질부인 앞쪽 섬이랑(anterior insula)과 앞쪽 대상부(frontal cingulate cortex), 피질하부 편도체(subcortical amygdala), 그리고 말초신경계에서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되는 빠른 심박수 변화가 역할을 한다. 이 때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일어나는 각각의 반응은 같은 자극에 의해 발생될 뿐 아니라 서로간에 인과적인 자극-반응 관계 역시 형성하고 있다. 이는 "내재된 감정 처리 작용"이 존재한다는 이론을 지지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뇌가 감정을 처리하는 과정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는 수면부족이다. 인식한 감정 신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수면부족은 감정적인 표정과 감정적이지 않은 표정을 구분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가지도 저해한다. 잠이 부족하면 감정적인 자극에 대한 편도핵의 작용이 증폭된다. 반면 잠을 잘 자면 잠을 자기 전에 겪었던 감정적인 경험들에 대한 편도핵의 지나친 반응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된다. 이 작용은 수면의 여러 단계 중 REM수면 동안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연구진은 첫 번째, 수면부족 상태에서는 친화적인 표정 신호와 위협적인 표정 신호를 구분하는 중추신경계(뇌)와 말초신경계(심장)의 작동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두 신경계의 감정 신호계인 심장과 편도핵의 짝지어짐을 방해했다. 두 번째, 충분히 잠을 잘 때, REM 수면 동안의 생리 상태를 통해 잠에서 깨어난 뒤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모두에서 일어나는 표정 신호에 대한 인식과 해석작용의 정확도를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 사실을 통해 REM수면이 뇌 안에서 경험-특히 감정과 관련된-에 대한 재보정 작용이 일어나는 시간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수면부족 상태가 뇌와 말초신경계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복잡한 사회적 신호 처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신호 처리 과정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수면부족은 그 중 친화적인 표정과 공격적인 표정을 구분하는 것으로 대표되는, 감정과 관련된 사회적 신호를 인식하고 올바르게 해석하는 과정을 방해하였다. 즉, 잠이 부족하면 상대방이 나에게 보내는 '공격적', '위협적'인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즉 겁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정확한 사회적 신호 해석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수면부족의 가능성이 만연한 상황을 떠올려보면 그 문제의 심각성과 개연성을 더 느낄 수 있는데, 응급실에 있는 의료종사자, 갓 태어난 아기를 둔 부모, 군인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위험한 상황에 대해 항상 예민하게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하는데 잠이 부족하면 감정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사고작용을 하지 못하고, 충분히 위협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당연히 충분한 양의 편안한 잠을 잔다면 해결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를 위해 이 연구 결과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REM 수면 동안의 생리 상태를 측정하고 그것이 잠에서 깬 뒤 뇌의 감정 처리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을 알아냈으니 그 생리 상태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잠을 자지 않더라도 잠을 잘 잔 것 같은 효과를 뇌에 주는 것이 가능할까?
논문: Sleep Deprivation Impairs the Human Central and Peripheral Nervous System Discrimination of Social Threat, XAndrea N. Goldstein-Piekarski et al. , The Journal of Neuroscience, published on July 15, 2015, 35(28):10135–10145, DOI:10.1523/JNEUROSCI.5254-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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