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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하게 될까 두려웠어. 정말 진심을 다해서 좋아하게 될까 봐, 사랑하게 될까 봐 두려웠어. 그게 왜 두렵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이유가 수천 가지는 되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넌 마음이 먼저 가는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지도 몰라. 아니, 이것 또한 내가 내 사랑을 지나치게 두려워한 나머지 가지게 된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런 말을 했어. 너무 좋아해서 힘들다고. 내가 그들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몸까지도 지쳐버릴만큼 힘들었어. 정말, 그런 경험은 내 평생에 처음이었던 것 같아. 아무런 책임이나 관계맺음 없이 오롯이 누군가를 바라보고 좋아할 수 있다는 게 가능하다는 거. 그것도 사실은 일종의 책임감이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고 기분이고 상태였다는 거야.
근데 그게 왜 두렵냐고. 그래 이제 말해줄게.
사랑에 빠지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 중에는 자기가 줬던 사랑이 거절당하거나 보상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지. 하지만 난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았어. 무언가를 되받거나, 그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 같은 마음은 가져본 적도 없어.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내가 두려웠던 건, 내가 그들을 너무나도 좋아한 나머지 그들에게 잘잘못을 따지지 못하게 될까봐, 그게 두려웠어.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그 사람들을 다 감싸주고 돌봐주고 내가 덮어주려고 할까 봐 그게 두려웠어. 그러면 내가 너무나도 힘들어질 것 같아서, 그럴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무서웠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래. 그 때는 내가 뭐라고 말했던가. 그 사람들과 함께 할 시간은 정해져 있고, 또 그 시간은 너무나도 짧고, 시작부터 그 사실을 알고 시작해서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정을 붙이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들어선 문턱이었는데. 그런데 내가 어느 순간 그들을 그렇게나 좋아하게 되어버린 거야.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냥 두려웠던 것 같아. 아 결국 또 이렇게 되었구나. 나라는 사람은 결국 이렇게 하고 말았구나. 그랬던 것 같아. 그 끝이라는 시간이 다가오는 게 두려웠고, 그 때까지, 그 동안 내가 그들에게 충분히 좋아하는 마음을 다하고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거기서 욕심이 비어져나올까봐, 그런 게 싹이라도 자라날까 봐 되게 두려웠던 것 같애.

그 사람은 어떻게 버텼을까? 그 사람 역시 그들을 사랑했을 텐데. 근데 어떻게 그렇게 버텼을까?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었을까? 아, 사실 그 사람도 나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어. 자기가 애정을 쏟고 노력했던 팀이 어그러지고 마는 걸 보면 너무 힘들고 마음아프다고. 하지만 결국 그사람은 해냈잖아. 적어도 밖에서 보기에 그는 해냈거든. 무엇이 그 사람의 업적으로 남은 걸까? 업적, 성과 그게 의미하는 게 대체 뭘까? 너무 어려워. 아무리 관찰해도 또 아무리 경험해도 정의내리기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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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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