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인터넷 어디에서 소개된 걸 보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다. 관심을 꽤 많이 받은 책이었던 것 같다. 이 저자의 책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책을 준비하고 쓰는 방식이 글 안에 들어있어서 그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그것이 거의 지배하다시피 하게 될 가까운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큰 그림에서 이해하게 해준다. 인공지능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사회를 어느 정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공지능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었지만 대체 얼마나 격변이 일어날 것인지 궁금했던 사람도 이 책으로 충분히 답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격변일지 아닐지부터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불과 2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알파고로 시작해서 비트코인으로 끝난 인공지능과 뇌과학에 대한 열풍.
지금은 그때와 같이 너무나도 새롭고 도발적인 사건이 없어서인지, 사람들이 이제 인공지능에 익숙해졌고 그것이 사회에 충분히 침투해서인지 그때와 같은 뜨거운 관심은 없는 것 같다.
저자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은 인간사회를 잡아먹을듯이 발달하고 있고, 단 1% 수준의 사람들만이 인공지능을 지배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교육하는 데서부터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뒤쳐져도 너무 뒤쳐졌고 늦어도 너무 늦은 상태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지배자가 되기 위해 이미 인공지능의 발달에 관심을 기울여온 사람들은 벌써부터 온갖 면에서 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와 같은 대비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 자릿수의 퍼센테이지에 해당하는 인간만이 이런 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배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하던 책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자가 속한 일반적인 대중은 접근하지도 못할 최고 부자, 천재들의 얘기를 하고 있다.
그와 같은 수준으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결국 지배자가 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어차피 그런 부유하고 똑똑한 몇 명의 인간들처럼 대비할 수 없는데, 대체 그럼 인공지능의 지배자가 되고 인공지능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라고 묻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묻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의문을 떠올리게 된다면 이 책을 정말 제대로 읽었다, 고 말하고 싶다.
사실 이 책은 그런 대비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학문적, 기술적 전문가가 아니다. 그는 인공지능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사람이다. 그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왜 그것이 중요한지, 또 중요해진다는 것은 사회에서 그것이 어떤 역할을 가지게 되고,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궁금해서 스스로 공부를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은 깊이있고 전문적인 지식과 통찰을 내어놓은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갑자기 왜 튀어나왔는지, 그것이 정말 중요하긴 하며 중요하고 중요해질 것이라면 그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지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이다.
어려운 용어가 나오고 인공지능에 대해 지식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이 담긴 책이 아니기에, 읽히기도 쉽게 읽힌다.
인공지능이 거의 '지배'하게 될 사회에서 내가 그 인공지능에게 일종의 지배를 받게 되더라도, 내가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 또 나를 지배하고 있는 저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하쿠는 주인공 센에게 절대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유바바를 없애버리라고도 반항하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가, 또 나를 지배하고 있는 주체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에서 인공지능을 격파하고, 지배하고, 조종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책도, 그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다만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이 얼마나 힘을 기르고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더라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소중하고 고유한 '나'를 지켜내는 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함양하고 지켜나가야 할 '인간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저자가 인공지능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것의 중요성과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변화를 알아가는 과정을 책을 읽으면서 함께 느낄 수 있다. 저자와 함께 하나씩 인터넷을 검색하고 책을 찾아가며 공부를 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쉽게 읽힌다. 이 책을 칭찬하고 싶은 또 하나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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