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않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좋다. 도움을 청했을 때는 더욱 묻지 않고 돌봐주는 사람이 좋다.
오늘 나는 무슨 말을 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말로 어떤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날카롭게 많이 웃었고 많이 못 먹었다(여전히). 언니니까 한 번 더 말해보자 혹은 한 걸음 가까이 가보자 또는 한 번 더 손을 내밀어보자. 그러기에 사실 나는 정이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에너지를 빼앗기는 유형이라는 것도 2021년에 알게 된 나의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에너지를 아낄 줄 모른다. 몽땅 다 써버린다. 없는 것까지 끌어다 쓴다.
나는 무엇을 바라고?짐작하고?생각하고 있었나. 모르겠다. 어쩌면 아무것도 생각하지도 짐작하지도 바라지도 않았던 것 같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과 땀흘리게 하는 공기가 그립다. 초록 잎이 잔뜩 매달린 나무가 물을 한가득 머금고 흔들리는 그 모습이 많이 그립다.
웃을 때 보이는 이가 예쁜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제 회고모임에서 한 사람은 법정스님이 한 “인연”에 대한 말을 전했다. 삶에는 수많은 인연과 정말 소중한 필연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인연을 대하느냐에 따라 필연이 될 수도 있고 스쳐지나가는 무수한 인연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안타까운 요즘의 내 집중력과 기억력으로 정확한 표현은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찾아보고싶진 않고. 아무튼 그 말을 들으면서 난 마음에 필연같은 걸 남기고 싶지 않았나보다, 같은 생각도 잠깐 스쳤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재밌게 보고 있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말 그냥, 그날따라 이상했어요. 정말 분위기가 이상했어요. 그래서 서로를 좋아하게 된 열아홉의 두 주인공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다. 잘 안 맞는 것처럼 보이거든.
그리고 어제 회고모임에서 또 다른 사람은 이제 곧 일터에서 부서를 옮기는데 그 동안 자기가 타인을 평가하려는 태도가 많았다고 느껴서 이젠 덜 그래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는 곧이어 새로운 부서에는 ‘상식이 통하는’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상한 사람이 적었으면 좋겠다, 같은 말을 했다. 새 부서 분들이랑은 더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고 말하며 마무리해보려했는데, 회사 사람이라는 관계의 한계와 어디든 이상한 사람이 있다, 같은 대답을 들어서 다음 순서로 넘겼다.
부디 나로 인해 어떤 편견이나 오해같은 건 갖지 않았으면.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단단한 사람은 없어서 조금 또 후회가 된다.
좋은 말만. 그리고 좋은 말인지 강한 확신이 없을 땐 그냥 말을 않아야겠다, 고까지 생각해본다.
올해는 꼭 매일 일기를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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