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은 뉴욕이다. <뉴욕라이브러리에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참 좋아한다. 우리나라와 미국, 특히 뉴욕이라는 거대하고 유명한 도시에서 도서관을 어떻게 달리 보고 있는지, 나아가 책과 독서를 어떻게 다루고 바라보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어릴 때 서울도서관을 많이 다녔다. 거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숙인들을 많이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서란 교양있는 행동, 여유있는 사람들의 그야말로 여유있는 취미생활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학생들도 어린이도 책 읽는 것이 일상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책을 사는 행위가 약간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나만해도 그렇다. 정말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걸 굉장히 좋아했고, 하다못해 신문이라도 읽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집은 책을 정말 사지 않았다. 엄마는 한 번 읽고 말 책인데 돈을 주고 사는 것은 낭비라고 말했다. 대신 서점에도 많이 데리고 다니셨고, 이동도서관 카드를 만들어주시기도 했다. 그래서 신나게 책을 읽었다. 내가 취업을 해서 돈을 벌고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서점에 가서 사고 싶은 책을 맘껏 사는 일이었다. 여기서 보이듯, 책을 '사는' 일은 정말 사치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비단 내 얘기만은 아닐 거라고 조금 확신한다. 비싼 음식을 사먹는 사람은 많다. 돈을 들여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공유하고 자랑한다. 하지만 내가 이런 책을 이만큼이나 샀다는 걸 보여주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책과 책을 읽는 걸 일상으로 가져오고 필요한 일로, 즐기는 것으로 가져오지 않는 이상 책방, 서점은 계속해서 살아남기 어려울 거다. 남들 마시는 커피는 마시고 싶지만 남들이 읽은 책은 읽고 싶어하기는커녕 관심도 없는 사회에서 너무 당연한 일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브루클린의 열한 책방에는 소규모 동네서점도 있고 프랜차이즈나 대기업 소유는 아니지만 대형인 서점도 , 헌책방도 있다. 이 책은 서점을 분류하고 전략적으로 소개하지는 않는다. 정말 책방 산책을 사랑하는 사람, 특히 아이와 함께 책방 나들이하는 걸 좋아하는 엄마의 기록일 뿐이다. 서점에 가면서의 설렘, 문을 들어서고 내부를 구경하면서의 기쁨과 책을 구매하고 나오는 가벼운 발걸음까지, 동네 산책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이란느 도시, 브루클린이라는 지역 사람들의 책, 서점, 책읽기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생각할 지점이 많다. 책 제목처럼 '동네서점이 어떻게 커피도 안 팔고 살아남을 수 있지?' 라는 질문을 하기 전에 서점을 어떻게 이용해야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다. 나 역시 저자처럼 '책방을 하고 싶다'는 말도 자주 하고 생각도 많이 해온 사람으로서 어떤 질문부터 해결해야할지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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