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해도 되나, 라고 끊임없이 되물으며) 1905년에 쓰인 러시아 소설에 이런 것이 있다니, 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은 희곡같다. 각각의 장이 연극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인물의 표정 묘사가 정말 디테일하다.
러시아가 제국에서 사회주의 국가로 변모하기 전 사회가 배경인데, 처음 사회주의 국가가 어쩌다 생겨나게 된 것인지 일반적인 사람들-이 소설에서는 농군과 노동자들, 즉 민중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모두 장단점이 있다. 결국 이것들은 하나의 이념이고 사람들의 머리에서 태어난 것이니까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제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엄청나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사회주의 하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문학은 많이 접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사회주의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접하니 새롭게 배우는 점이 많았다. 억압하는 사람들의 나쁜 모습을 보여주거나 사건과 갈등에 집중하기보다 사회주의를 원하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서로 무엇이 옳고 정의로운지를 논의하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사상'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점점 더 사회주의에 대해 관찰과 직접 경험만으로 배워나가는 걸 따라가다 보면 사회주의 자체를 이해한다기보다 사회주의를 이해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사회와 인간에 대해 얘기하는 소설인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을 어머니로 두었으리라고는 처음엔 예상하지 못해서 장이 넘어감에 따라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이 놀람은멋있고 좋아서 놀란 것이었다. 그 시대에 여성, 배우지 못한 사람, 노동자(이지만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공장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며 농민도 아니다), 나이든 사람인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삼은 막심 고리키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그 시대에 어떻게?! 라는 마음보다도 그가 얼마나 뛰어난 작가였는지에 대해서다. 아들과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던, 지식을 배운 적 없던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물이 되는 모습을 보면 사회주의를 원하던 사람들이 정말 바라고 지향하던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알 수 있다. 누구나 행복하고 누구든 자기 의지를 가지고 평등하게 사는 사회라는 것이다(물론 이론처럼 실제가 이렇게 되진 않았지만). 어머니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만나고 교류하는 사람들도 매우 다양한데, '나리'로 불리던 사람부터 병든 사람, 거친 사람, 농군, 공장 노동자, 남자와 여자, 나이든 사람부터 어린이까지 등장한다. 그리고 그 누구든 서로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면서 금세 하나가 된다. 이렇게 사람들이 하나되는 데에는 이성과 마음 모두가 필요하고, 돈이나 지위가 아닌 정의와 사랑(친절함)만 있으면 되는 것이라는 게 여러번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도 나오고 장면묘사를 통해서도 보여진다. 누구나에게 연민을 가지고, 조금만 친절하고(왜냐하면 "친절한 말은 돈이 안 드니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세상은 행복해질 수 있고, 그 안에 사는 나도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사회주의가 옳냐 그르냐 무엇이 정의이고 옳은 것이냐, 누가 결국 승리하느냐와는 무관하게-소설은 결국 누가 승리하는지 보여주지 않고 끝나니까,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절절하게 보여주면서 마음을 울리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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