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빌려왔는데 왠지 양장된 표지에서부터 달콤한 빵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이상했다. 정말로 책에 특수한 처리를 한 건 아닌가 싶어 책에 코를 대고 몇 번 킁킁거렸다. 마법처럼 이상한 책이었다.
마법이 깃든 과자와 빵들이 다 누군가를 증오하는 마음을 발산하는 데 이용된다니 사실 어떻게 보면 무서운 이야기였다. 주인공이 겪는 일들 역시 너무 폭력적이고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해도 등장인물들이 순정만화에 나오는 그림들로밖에 떠올려지지 않았다. 알록달록한 빵과 과자들, 그리고 어떻게 봐도 나쁜 사람같지 않은 인물들과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책이어서 자꾸만 이상했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과 과자를 사가는 사람들,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충분히 자극적이라고 느껴질만한 이야기인데도 그런 디테일이 마음에 오래 남지 않았던 것이 위저드 베이커리가 다시 또 문을 열고 장사를 해나가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 이야기의 자극적인 요소들보다 중요한, 이 이상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 얼마나 끔찍하거나 평범한지와 상관없이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으며, 그래서 운명을 변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이 선택이 당첨이냐 꽝이냐가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항상 내가 자신에게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가짐이라는 것 같다. 점장이 증오를 실현하는 온갖 빵과 과자를 파는 것도 세계에 대한 책임감 떄문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과 과자를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도 모두 그 책임감이다.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은 조금씩 다 달라질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내 운명은 내 선택과 책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내가 변하지 않는 이상 크게 달라질 일은 없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책임은 내 능력을 넘어서더라도 의협심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고 선한 마음이라는 걸 이 이야기는 보여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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