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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난 얼마나 악했나. 난 얼마나 잔혹한 삶을 살고 있나?\
아홉편 중 앞에 실린 세 편은 일종의 연작소설이다. 한 사람의 마음, 하나의 사건을 이렇게나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니. 잔혹하고 무서운 게 아니라 너무 재미있어 끔찍할 정도였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이야기를 글로 읽어본 건 사실 처음인데, 이렇게 평범해보이게 잔혹한 마음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사람에 대해 고심한 걸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아홉 편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이란 점도 재미있다. 일곱 편을 읽을때쯤에야 그 사실을 깨달아서, 그래서 재밌었다. 신기하게 주요 등장인물이 다 나이가 많은데, 젊든 나이들든 어리든 사람은 다 똑같(이 악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서로를 마음 속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죽이고 물어뜯고 찢어버리는 인물들은 하나도 악인이 아니고, 그렇다고 선한 건 당연히 그리고 더더구나 아니다. 아무런 의도나 계획이나 클리셰가 없는 잔혹함. 진짜 인간의 마음 속에는 선함도 악함도 아닌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에 나오는 이 잔혹함만 있는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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