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읽는 노인.
제목만 얼핏 봐선 로맨스 소설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환경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호세 볼리바르는 원래 정글에 살던 사람이 아니었으나
아내와 결혼한 뒤 아마존 개발 붐에 밀려 이곳 저곳을 떠돌다 결국 정글에 정착하게 된 사람이다.
그의 아내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아내는 말라리아에 걸려 일찍 세상을 떠서 노인은 혼자가 된다.
혼자가 된 뒤 그는 우연히 아마존 밀림 속에 사는 원주민들과 조우하게 되고,
그들은 그를 정글 출신은 아니지만 정글의 사람으로 받아주고 함께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살쾡이에게 살해당한 백인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노인이 보니 그 백인이 어린 살쾡이 새끼들을 총으로 쏴 죽인 뒤 그 가죽을 벗기고,
아빠 살쾡이에게도 상처를 입혀 분노한 어미 살쾡이가 그를 덮인 것이었다.
화가 난 어미 살쾡이가 마을을 습격해서 더 많은 사상자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노인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 몇과 읍장이 어미 살쾡이를 붙잡으러 떠난다.
읍장은 도시에서 온 사람으로, 현대 문명인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마을 원주민들은 자연을 대변하고 있고,
노인은 원래 출신이 도시이지만 정글의 사람으로 그들 사이에 위치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읍장과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마을로 돌아가고, 노인만 남아 살쾡이와 대면하게 되는데,
결국엔 노인이 살쾡이를 죽이게 되지만,
이 사건의 발단이 된 백인의 경우처럼, 그는 살쾡이를 그 가죽을 얻기 위해서 죽인 것도 아니고,
사실은 자연이 두렵기 때문에 무력으로 그것을 정복해서 자연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받아내고자 하는
현대 문명 속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은 갖고있지 않다.
살쾡이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노인은 자연을 무작정 파괴하고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살쾡이와 맞서 이긴 것이고,
또 살쾡이 역시 그러한 대결을 원했다는 것을 충분히 마음으로 이해했다는 것이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죽은 살쾡이를 또 다른 인간들의 손에 더럽혀지지 않게 강물속으로 밀어넣어 가라앉고 떠내려가게 한 것도
마지막으로 자연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준 배려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으로 자연을 보전하자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평범한 소설처럼 이야기를 전개시키면서
노인이라는 한 인물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거지, 말 하나하나를 통해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이러해야한다. 라는 것을 말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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