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는 괴테가 쓴 것 외에도 클라우스 만, 토마스 만, 오스카 와일드, 그리고 크리스토퍼 말로 등 여러 작가에 의해 작품화 되었다고 한다.
파우스트는 연금술사이자 마술사로 알려졌던 파우스트라는 인물이 악마와 계약을 맺는 전설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라고 한다. (wikipedia)
글마다 그 결론이 조금씩 다 다르다고 하는데, 괴테의 파우스트의 경우는
마지막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계약에 따라 가져가려고 할 때,
하늘의 천사들이 내려와 그의 영혼을 보호하며 천국으로 데려가며 끝이 난다.
다른 작가의 파우스트를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괴테가 쓴 파우스트의 경우는
파우스트라는 인물도 악마인 메피스토텔레스도 굉장히 고고하고 높은 학식을 가진 인물로 나온다.
내가 느끼기에 괴테는 파우스트라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종교적, 학문적인 신념을
다양한 장면에서 다양한 비유를 들어가며 풍자적으로 얘기한 것 같았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자신의 평생에 걸쳐서 완성해냈다고 하는데,
파우스트 전설 자체가 단순한 내용이 아니기도 하지만,
괴테가 이 글을 오랜 기간에 걸쳐 쓰면서 의도한 것 자체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사상을 모두 녹여내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읽은 파우스트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판이었는데, 이 책의 역자인 정서웅씨가
각 장면에서 괴테가 상징적으로 등장시킨 등장인물들이 있으면 그것을 주에 따로 해석해두어서 이해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나는 희곡을 잘 읽지 못한다. 뭔가 등장인물의 이름과 뒤섞여있는 그 글 덩어리가 내가 글을 읽을 때 집중하고 그 안에 빠져드는 것을 방해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그렇지만, 장면이 전환되거나 배경 설명같은, 이야기를 제외한 모든 기타 요소들이 내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방해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좀 아이러니한 상황이고, 개인적으로는 바보같아서 부끄러운 얘기지만, 처음 파우스트를 읽으려고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집어들었을 때까지 나는 괴테의 파우스트가 희곡인 줄을 모르고 있었다. ㅋㅋ
책을 집어서 펼쳤는데, 희곡인 것을 보고 응? 이거 뭐야?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ㅋㅋ
하지만, 읽어보고 싶었어서 희곡 읽는 연습도 하는 셈 치자 하고 읽어보았는데,
희곡인 것에 더해, 워낙 오래된 책이다 보니 말투, 문체 등 모든 것들이 요즘 같지 않기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빠르게 읽어나갔다.
책의 길이 자체도 짧지 않은데다, 책에 담겨있는 내용이 굉장히 많았는데도 전체적으로 흐름이 통일된 느낌이 있었서였던 것 같다.
파우스트를 읽기 전에 내가 간단히 알고 있던 내용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서 신의 영역까지 깨우치고 싶었던 파우스트 박사의 지식에의 욕구 때문에
그가 결국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빼앗기게 되고 타락하는 내용이었는데,
괴테의 파우스트를 실제로 읽어보니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조금 충격적이었다.
정말 욕망만을 추구하고, 파우스트 박사를 타락시켜 그의 영혼을 빼앗기 위해 애쓰는 악한 모습이 아니라,
솔직하고 정당하게 거래한다는 인상을 주었고, 또, 지식수준도 높게 보였다.
내가 파우스트를 읽으면서 메피스토펠레스는 너무 '고전적'이라고 트윗을 한 적이 있는데,
선비같은 그런 이미지의 의미로써, 메피스토펠레스는 너무 고전적인. 말 그대로 "Classical Devil"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메피스토펠레스 자체가 나이가 많아서, 악마이지만, '지혜로운 노인'악마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고,
특히 1부가 끝나고 파우스트의 서재로 잠시 다시 돌아왔을 때, 학생에게 하는 이 말에서는 정말,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이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은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리고, 전반적으로 '존재의 의무'에 대한 말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내가 배경지식이 많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괴테는 우리가 존재하는 것 그 자체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존재하는 것 자체에 의무감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메시지를 무척 많이 받았다.
그리고, (특히 천사들에게서) 자신의 영역이 아닌 것엔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는데,
이 말을 읽으며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에도 인생이 너무 짧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파우스트의 영혼이 천사들에 의해 구제받는 장면,
그리고 그 때 악마들이 천사들의 노래로 인해 고통받고, 그 노래에 홀리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괴테가 이 책을 통틀어 하고자 했던 가장 중심이 되는 메시지가 이 마지막 장면에 담긴 것 같았다.
인간의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그 무게를 의미있게 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노력해야 하는지.
인간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지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추구의 과정 중에 목표삼은 것이 고고하고 정말로 의미있는, 큰 것이어야 한다는 것.
욕망하는 것 자체를 비난한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다.
파우스트 박사의 경우 욕망 그 자체를 바랐던 게 아니라 지식을 바라는 과정 중에 욕망을 성취했을 뿐이라고 보였다.
즉, 목표하는 것이 무엇이냐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지,
그 과정 중의 소소한 것들이 하나하나 문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고하고 의미있는, 선(善)의 목표가 있다면, 우리는 항상 선에 발담그고 있을 수 있고,
또, 그러하면, 신에게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
파우스트라는 인물을 통해 나는 괴테가 생각한 '마지막 날 신에게 구제받을 인간상'에 대해 조금은 이해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메피스토펠레스 역시, 악마이지만, 이 책 안에서 그의 역할은
인간적인, 너무도 현실적인, 그리고 '지혜로운 늙은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역시 느끼고 배울 점이 많았다.
도덕부터 종교, 사회, 정치를 통틀어 바람직한 인간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와 자세, 생각하는 방식까지 생각해보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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