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가 너무 끌린다. 근데 이게 거의 모든 일본 소설들의 공통점이라는 건 웃기다. ㅋ
일본어가 그런 것일까, 일본의 것들은 단어를 참 달콤하게 조합을 잘 해 놓는다.
일본 소설을 딱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아니었다.
외려, 제일 먼저 제목을, 그리고 표지를 살펴보고 책을 고르는 나에게 있어 이렇게 달콤하게 단어를 조합하는 일본문학은 일단, 시선끌기에서부터 1등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일본 소설은 다 똑같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일본 문학 자체가 별로라고 느껴져버렸다.
배경과 인간관계들이 다 너무 비슷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어라는 그 말의 어투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 배경과 그 인간관계들이 개인적으로 나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거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그랬다고.
카라멜 팝콘에 등장하는 세 커플들. 부모님, 형, 동생.
이 소설은 네 개의 계절에 형 부부와 동생 커플 네 사람의 시선을 보여준다.
그치만, 같은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네 개의 계절에 '한 시공간에 있어야 할' 네 사람 각자의 삶을 보여준 점은 재미있었던 것 같다.
네 사람의 성격이 너무 다르다. 다들 개성이 뚜렷하다거나 좀 별난 사람인 것은 아니다.
다들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다르다. 그 점이 이 소설에서 딱 하나 좋은 점이었다.
평범한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이게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했던 전부가 아니었을까도 싶다.
그런데, 제목은 왜 카라멜 팝콘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첫 장면에서 전화를 받느라 아주 조금 부주의해지는 바람에,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카라멜 팝콘이 될 수 있었던 냄비 속의 팝콘과 시럽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 카라멜 팝콘처럼 아주 평범하고 아무렇지 않은 우리의 하루하루에도
'아주 조금'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그런 얘기였던 걸까.
여차하면 깨지기 쉽다. 사실 이 말은 '깨뜨리기 쉽다'고 해야 더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깨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이 현실이 즐겁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깨뜨리고 나면 그 유리조각을 치우기가 또 귀찮거든.
또, 깨끗이 치우기가 힘들다는 문제도 있고.
그냥 팝콘도 물론 맛있다. 그냥 먹으려면, 애초에 별 생각 없이, 시럽을 만들어 카라멜 팝콘으로 해 먹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하지 말고 정말 '생각 없이' 팝콘을 먹는 게 좋다.
그리고 시럽을 만들어 카라멜 팝콘을 해 먹을 생각을 기왕 할 거라면, 제대로 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
만드는 것은 정말 간단하고, 아주 약간의 주의만 있으면 되는 일지만,
그 '아주 약간의 주의'는 아주아주 짧은 순간동안만 놓치더라도 일을 아주 망쳐놓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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