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되어 보게 된 영화다.
사실, 전반적인 영화의 줄거리에서 특별하거나 놀랄만한 이야기는 없다.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부모의 이혼으로 보육원 생활을 하는 아이인 시릴. 그리고 역시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미용사인 사만다.
그리고 그 둘이 우연히 만나고,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 서로 사랑하고 보살피며 지내게 되는 것.
하지만 이 영화가 이처럼 다분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를 들려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하게 만들었던 것은,
주인공 시릴에게 일어나는 미미한 변화(혹은, 토마 도레의 미미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릴 역을 맡았던 토마 도레가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연기한 캐릭터나 영화의 성격, 장르는 완전히 다르긴 해도, 연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잘 해서 프라이멀 피어가 데뷔작이었다던 에드워드 노튼의 이야기가 떠오르기까지 했다.)
시릴이 자신 안에 얹혀있던, 자기 자신이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던 상처와 감정들을 풀어나가는 과정.
외부에서 일부러 어떤 자극을 주어 그것들을 풀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에게만 어떤 특별한 환경이 주어져서 특별한 계기로 인해 그것들이 풀리게 된 것도 아니다.
사실, 시릴의 상처가 해결된 과정도 보통의 어린아이가 성장해나가는 과정과 다름없는 정말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시릴'이라는 아이가 갖고 있던 상처가 일반적인, 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던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인 시릴은 정말 어린 꼬마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어떤 상처가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그는 아빠를 사랑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빠와 함께하고 싶어할 뿐이다.
그에게 있어 자전거는 아빠와 함께 지내던 그 시절의 시릴 자신을 떠올리게 해주는 매개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전거타기 그 자체나, 성능이 좋은 새 자전거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리워하고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그 때에 그와 함께했던 물건인 그 자전거를 잃고싶어하지 않아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무리 사만다가 그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어도, 시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랑이 아니라, 그가 그리워해오던 과거 하나 뿐이고,
빼앗긴 그 과거의 기억에 대해 보상받기 전에는 그 어떤 사랑과 관심도 그의 주의를 끌어올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시릴은 그 자전거 때문에 별로 질이 좋지 않은 친구를 알게되고, 좋지 않은 사건에 가담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그가 피해를 입혔던 부자(父子)에게 시릴은 '용서'라는 것을 받게 된다.
사실 그 아들의 경우 시릴을 용서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 갈등과정에서 시릴 역시 다른 사람을 용서'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되고,
용서를 주고받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마음 속에 상처로 남아있던 과거에 대한 기억들을 스스로 용서하게 된다.
이 영화를 만든 다르덴 형제가 영화 전반에 걸쳐 계속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던 노래를 직접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처음에는 음악이 앞부분만 나오다가, 시릴이 나무에서 떨어져 기절했다가 깨어난 뒤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는 끝까지 흘러나온다.
앞부분만 계속 반복적으로 흘러나와서 미스테리한 느낌을 더 고조시켰던 이 음악이 끝까지 흘러나오는 순간,
뭔가 머릿속에서 의아한 기분이 들던 것이 뻥-하고 뚫리는 기분이 들었고,
영화의 흐름에서도 시릴의 마음속에 엉켜있던 문제가 뻥-하고 해결되는 순간이었다고 생각됐다.
마지막 장면에서 시릴과 사만다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다가 둘이 자전거를 바꿔타는데,
영화의 시작부터 '자전거'라는 물건을 매개로 과거의 상처에 매달려있던 시릴에게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이 부분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떠올릴 수 있는 스토리였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미한 요소들 하나하나가 너무 섬세했다.
등장인물들의 소소한 감정변화와 그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의 변화들,
그런 것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이 영화에게 '주변에서 절대 흔히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을 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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