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trict Nine

敖번 국도/영화 2012. 1. 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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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구역. 나온지는 몇 년 되었지만, 너무 잔인하다는 평이 많아서 미루고 미루다 이제 보게 됐다.

지구의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불시착한 외계우주선과,
그 우주선 안에서 '구조'된 외계인들을 가두어 둔 제 9구역.
그 9구역에 사는 외계인들이 지역주민들의 불만에 의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하게 되는데,
이주를 시키기 위해 동의서에 서명을 받는 일의 책임을 맡게 된
주인공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한 형식의 영상이다.

서명을 받으러 9구역으로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주인공과,
전문가, 주변 지인들과의 인터뷰를 보여주면서
주인공이 9구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다큐 형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를 끝까지 다 보기 전에는 전체 흐름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영화 형태 자체가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것처럼 만들어졌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했던 것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외계인 크리스토퍼 존슨이 바커스와 함께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실험대 위에 놓인 수많은 외계인 시체들 중에서
한 시체 앞에 멈춰서서 완전히 굳어버렸던 장면.
영화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많은 얘기를 담고 있었다.

인간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인간적'이라는 말을 사용해가면서까지 얼마나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는 동물인지를 보여주는 영화.
우리가 바보라고, 멍청하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사실은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일지도.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하는 못된 사람들이 지어낸 가면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영화를 보는 내내 신음이 나게 하는 끔찍한 영상들이었다.
무섭고 끔찍했지만, 사실은 그 영상 자체에 무서움을 느낀 게 아니라,
영화에서 보여준대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깨달아서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마지막까지 남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바커스 아내의 마지막 인터뷰와
외계인의 모습으로 쓰레기장에서 양철 꽃을 만드는 바커스의 마지막 모습은
모든 진실은 끝나지 않는다는, 우리가 외면하는 것일 뿐, 계속해서 살아숨쉬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언제나 진실은 침묵하고 있다. 주위의 소란 속에서 진실의 눈을 마주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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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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