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티켓이 당첨되어서 후배랑 보게되었다.
게이커플과 레즈비언 커플이 그들을 이해해주지 않는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으로 계약결혼을 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 위장결혼을 한 효진보다는 게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하는 민수의 이야기가 주였던 듯하다.
민수는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커밍아웃을 한 다른 게이 친구들을 부러워하고있고, 용기가 없는 자신을 비겁하다며 늘 자책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행여나 누가 눈치챌까 봐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끝까지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어딘가로 피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 민수의 모습과
어딜 가도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고 말하는 석이.
꼭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항상 환경이 아니라 용기를 충분히 냈는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정을 바쳤는지하는 내 태도의 문제인데 말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신경쓰느라 상처받지 않았고, 사랑도, 내가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람 역시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내가 사랑하니까 그 자체에서 행복을 느꼈던 티나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티나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 한 명 한 명의 솔직한 모습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그들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이 다 감동을 주었고,
또 그 모습들과 상반되는, 그들을 '잘못되었다'라고 생각하는 모습들에 대해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
그들에게 어떤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점이 없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소소한 부분부분들로 감동을 받았지만, 그래도 좀 아쉬웠던 부분이 두 곳 있었는데
끝에서 민수가 커밍아웃을 한 뒤, 어머니와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보여진 어머니의 태도가 앞부분에서 받은 어머니의 인상과는 너무 다르게 느껴져셔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과,
성당에서 결혼식 후 공연을 할 때 아버지의 표정이 계속 좋지 않은 모습이 잠깐 비춰졌던 장면. 이 장면의 경우는 아버지의 표정이 좋아보이지만은 않았는데, 아버지라는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어서 그냥 이해가 안 갔던 것 같다. ㅇ.ㅇ
사소하게 아쉬운 장면이 있긴 했어도,
엄청 유명한 배우가 등장한 것도 아니었고, 영화에서 감정이 엄청 격한 부분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김조광수 감독의 솔직한 마음이 담겨있어서 그런것이었을까?
전체적으로 스토리부터 모든 것이 너무너무 자연스러웠고, 그래서 굉장히 감동받았다.
시사가 끝난 뒤 김조광수감독, 배우 김동윤씨와 박수영씨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ㅋㅋ 다들 앞자리로 몰려가서 보았다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