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 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했다.
한국 코미디영화들 사이에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바로 '블루 발렌타인'.
인터넷에서 영화정보를 보고는 의대생 소녀가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느끼고 만났던 사람에게서 사랑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갈등하는 내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소녀의 대학생 시절만을 보여주고 끝난 달콤한 로맨스영화는 아니었고 이 소녀가 그 사람과 결혼한 뒤 살아가며 겪는 '현실'을 보여준 영화였다.
달콤하고 행복한 결말의 그런 로맨스 영화랑은 거리가 멀었지만, 진짜 '현실'이 무엇인지 보여준, 정말 지독하게 현실적인 영화였던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인 두 남녀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지막 헤어짐까지 둘 사이에 어떤 꾸밈이나 가식은 없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 뿐이었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항상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이 부부는 현실을 살고 있기 때문에 항상 행복할 수 없었던 것 뿐이다.
현실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속도보다 현실이 흘러가는 속도는 언제나, 항상 더 빠르다.
그래서 좋은 순간은 우리가 원하는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하지만, 좋지 않은 순간 역시 생각만큼 오래 남아있지 않는다.
그 순간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별로 중요치 않은 것 같다.
다 시간이 지나면 함께 지나가버릴 순간이라는 건 똑같고, 매 순간순간을 좋던 안좋던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신디(여주인공)가 학생일 때 할머니의 병원에 찾아가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다.
할머니에게 진정한 사랑이 있는지, 어떤 남자가 정말 진정한 사랑인지를 묻자 할머니가 해주셨던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The man who really worth it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