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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신경숙 작가의 소설이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작년 여름이었나, 이 소설 라디오 켤 때마다 광고도 나오고 꽤 인기있었던 것 같다. 교보문고 전자도서관을 통해 읽었다.

 

책의 맨 뒤에 있던 작가의 말에선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말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우울했다.

순수한 사랑과 열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긴 하다. 그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얘기하는 방식과 이야기의 소재들이 "너무" 우울했다.

어떻게 그런 우울한 일들이 한 곳에 다 모여 일어날 수가 있지? 싶을 정도로 믿을 수 없게 우울하게 쓰여진 소설이다.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느끼고, 누군가와 그것을 공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읽었을 때, 그 누구라도 이 책에 나와있는 사건들 중 적어도 한 가지는 공감할 수 있는, 모든 우울한 사건의 종류가 버무려져있는 이야기였다.

죽음, 죽음, 죽음. 지나치게 우울했다. 조금은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작품의 초반부는 조금 인터넷소설답다?거나 판타지스럽다?는 느낌이 조금 들기도 했고.

엄마를 부탁해에서와 비슷하다고 느낀 점이 하나 있는데, 그 책에서도 이 책에서도 신경숙 작가는 다소 자신의 지식량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작년 봄에 들었던 읽기와 토론 특강 수업에서 교수님이 엄마를 부탁해의 마지막 장면이 바티칸시티로 끝나는 것이 좀 황당하지 않냐고 하셨었다. 나 역시 그 말에 공감했고, 이 책에서도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해외의 어느 장소라던지, 문학적인 면에 대해서라든지 작가의 지식을 자랑할 수 있는 장치처럼 느껴져서 소설에의 몰입도는 조금 떨어지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너무 우울하지만,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그 순수함을 되찾으려고 애쓰는 과정에의 우울함어서, 힘들어하는 청춘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부정적인 얘기만 잔뜩 늘어놓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숙이라는 작가가 사람의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단건 꼭 말하고 싶다.

어떤 우울한 책들은 아 우울해 이게 뭐야! 싶기만 한 것도 많다.

하지만, 이 작가의 책은 독자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완전한 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소설 속에 녹아있는 작가의 '감정'에 정말이지 푹- 녹아들게 된다.

당장 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슬픔과 아픔으로 인해 얼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마지막에 있던 작가의 말에는 공감하지 못했지만, 책이라는 건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하나하나가 각자 느끼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초반에 몰입과 공감을 방해하는 몇 가지 이질적 요소들로 인해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 부분들만 뺀다면,

최근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제대로 '즐기지'못하고 있던 나에게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었다.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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