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시티 반디앤루니스에 몇 번씩 드나들며 읽었다.
서점에 가서 읽는 책은 또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서점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는, 책을 읽기 위해 서점을 일부러 가는 적은 거의 없고, 예기치않게 자투리시간이 났을 때- 예를 들면 볼 일을 마치고 집에 가야하는데, 일이 예상보다 조금 더 일찍 끝났지만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 이동하는 중 시간이 조금 뜨는데 서점이 근처에 있을 때 서점에서 책을 읽는다. 또는, 일부러 '가짜 볼일'을 만들고 서점에 가서 책을 보기도 한다 ㅎㅋㅋ
여튼, 그리고 이렇게 서점에서 한 권을 잡아 읽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도 서점에 가서 계속 그 책을 읽어 꼭 끝마친다.
그리고, 나는 항상 무슨 오기같은 게 조금 발동해서, 절대 다른 데서 빌려보거나 사보지 않고! 꼭 그 서점에 가서 그 책을 끝내곤 하는 우스운 행동을 하곤 한다. ㅎㅋㅋ
이렇게 보다 보면, 아무래도 짧은 시간동안 봐야하고, 서점에 아주 자주자주 갈 수도 없으니, 조금 더 집중해서 빠르게 읽게 되는 것 같아 독서의 질이 좀 더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 역시 서점에서 읽은 책이었어서 더 집중해서 깊이있게 독서하게 됐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처한 상황과 내가 처한 상황이 비슷해서 공감도 더 쉽게 많이 할 수 있었고,
그리고 또 나에게 필요한. 내가 배워야 할 사실들도 많이 알게 해줘서 더 고마웠던 책이었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모자의 북클럽에 등장하는 책들이 나로하여금 읽고싶다는 엄청난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해서 더욱 가치로웠던 책이었다.
췌장암으로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내기까지 약 20개월 동안 이어진 어머니와 아들의 북클럽.
평범한 일상을 이어간다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소중하고 하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새롭고 대단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매일매일 이어가는 것이 더 어렵고 더 중요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 모자에게 있어 함께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도 역시 이들에게 있어서 글쓴이가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왔던 평범한 일상이었기에 더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이 된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더 이상 내 곁에 함께 있지 않을 때 아마도 우리가 가장 아쉬워하고 슬퍼하게 되는 순간도
그 사람과 새로운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보다는 그 사람과 항상 해오던 것을 더 이상은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일 것이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메리 앤 슈발브 여사의 엄마로서의 면모와 사회인으로서의 면모 모두가 모두에게 존경받을만한 멋진 인간상이었어서. 그리고 그녀 자체 뿐 아니라 글쓴이의 가족 자체가 그러해서 그들의 평범한 일상은 조금 더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더 간직하고 싶고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부러움과 약간은 시기어린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웃고 행복하든, 찌푸리고 화내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 하루하루라는 그 자체가 정말 소중한것만은 사실이니까.
이 사실을 똑바로 마주보고 인정할 수 있게 도와준 이 책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유희열이 라디오에서 했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파스타를 접하게 될 때 처음에는 향과 맛이 친숙하고 강한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좋아하다가,
크림소스 파스타를 좋아하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면 소스보다는 파스타의 향 자체를 느낄 수 있는 오일파스타를 찾게 된다는 말이었다.
파스타 뿐 아니라 사실 어떤 음식과라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엔 단순히 읽기에 재밌기만 한 책들을 찾다가도, 계속해서 책을 읽다보면 좀 더 무겁고 좀 더 어려운 책을 찾게 되는 점이 그런 것 같다.
어떤 장식, 장치같은 것도 하나 없이 솔직하고 평범하게 엄마와 나눴던 시간을 들려줌으로써 꼭 기억해야만하는. 아주 단순하지만 소중한 사실을 일깨워준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 오일소스 파스타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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